"시작보다 마무리가 중요하다. 결과로 말해주겠다".
시즌 초반부터 외국인 타자들의 힘이 대단하다. 개막 2연전에 출전한 외국인 타자 7명 중 5명이 홈런을 신고했고, 홈런이 없는 펠릭스 피에(한화) 2경기 연속 멀티히트를 터뜨렸다. 벌써부터 외국인 타자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롯데 외국인 타자 루이스 히메네스(34)는 햄스트링 부상으로 유일하게 개점휴업 중이다.
하지만 1군 선수단과 동행하며 프리 배팅을 꾸준하게 소화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사직 한화전을 앞두고 취재진을 만난 히메네스는 "몸 상태는 60~70%로 나쁘지 않지만, 무리하고 싶지 않다. 햄스트링 부상도 무리하다 그렇게 된 것이다. 부상을 통해 많이 배웠다. 서두르지 않겠다"고 여유를 보였다.

하지만 몸이 근질근질한 건 어쩔 수 없는 모양. 개막전을 벤치에서 지켜본 그는 "경기에 뛰고 싶어 손이 근질근질했다. 득점 찬스에서 내가 뛰면 어떨까 싶은 마음이 들었다"며 "사직구장에서 아직 경기를 해보지 않아 어떤 특색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 2~3주 정도 경기를 뛰어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히메네스는 마치 오래된 롯데 선수처럼 선수단에 잘 녹아들었다. 그는 "일본에서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지만, 한국에서는 좋은 동료들과 통역들의 도움으로 불편함없이 생활하고 있다"며 "롯데에는 잠재력있고, 열정을 지닌 선수들이 많다. 이 선수들과 함께 즐겁게 뛰고 싶다. 조금만 더 기다려달라"고 이야기했다.
히메네스가 개점휴업하는 사이 타팀 외국인 타자들이 저마다 강한 인상을 남기기 시작했다. 히메네스도 하루빨리 뭔가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생길 터. 하지만 히메네스는 "그런 것에 있어서는 전혀 부담없다. 지금 당장 어떻게 시작을 하느냐보다 마무리를 잘하는 게 중요하다. 시즌 후 결과로 말해주겠다"는 말로 자신감을 드러냈다.
비교선상에 놓여있는 경쟁자들이지만 히메네스는 선의의 경쟁을 다짐했다. 루크 스캇(SK) 조쉬벨(LG) 호르헤 칸투(두산) 브렛 필(KIA) 야마이코 나바로(삼성) 등과 잘 알고 지낸다는 히메네스는 "외국에서 성공을 거둔 모든 선수들을 존경한다. 낯선 땅에서 새로운 문화에 적응하기란 정말 쉽지 않다"며 "모든 외국인 타자들이 시즌 끝날 때까지 함께 경쟁했으면 한다"고 소망했다.
히메네스는 외국인선수 중 유일하게 베네수엘라 국적이다. 그는 "지금도 베네수엘라 미디어에서 나의 근황에 대해 관심을 갖고 전화도 온다. 나라를 대표한다는 마음으로 책임감을 갖고 있다. 베네수엘라의 야구 실력은 세계에서 3~4번째 수준이다. 내가 잘 해야 또 다른 베네수엘라의 선수들도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롯데 김시진 감독은 히메네스의 1군 데뷔 시점으로 빠르면 6일 울산 삼성전이 되거나 아니면 다음주 사직 LG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개점휴업하고 있는 히메네스의 타격을 볼 날도 머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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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