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LA(미국 캘리포니아주), 박승현 특파원]시즌 벽두부터 둘이 다시 만났다. 2일(이하 한국시간) 샌디에이고 펫코 파크에서 선발 맞대결을 펼치는 LA 다저스 우완 잭 그레인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우완 이언 케네디. 지난 해 둘 사이에 벌어진 일은 한국 팬들에게도 생생한 기억이다. 그 때 케네디는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소속이었다.
지난 해 6월 12일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LA 다저스 대 애리조나 경기에서 그레인키와 케네디는 선발 맞대결을 펼쳤다. 전날까지 애리조나는 36승 29패로 잘 나가는 팀이었고 다저스는 28승 35패, 5할에도 훨씬 미치지 못하는 성적으로 바닥을 기고 있었다.

6회 케네디가 타석에 들어선 야시엘 푸이그의 코를 맞혔다. 이어 7회 그레인키가 선두타자로 나온 미구엘 몬테로의 등을 맞혔다. 양팀 선수들이 잠시 벤치에서 나왔지만 더 이상의 충돌은 없었고 클린트 파간 구심은 양팀 덕아웃에 경고를 줬다.
하지만 7회 사건이 벌어졌다. 1사 후 타석에 들어선 다저스 투수 그레인키를 향해 케네디의 빠른 직구가 날아갔다. 푸이그를 맞힐 때 구속 92마일 직구와 다름 없은 빠른 볼이었다. 다행히 그레인키가 몸을 비틀면서 투구는 어깨에 맞았지만 조금만 더 높았으면 머리를 맞힐 수도 있었다. 구심은 즉시 케네디에게 퇴장을 선고했다.
정작 볼에 맞은 그레인키는 포수 마스크를 쓰고 있던 몬테로(자신이 바로 7회에 맞혔던)에게 무엇인가 말을 하고 있던 사이, 다저스 선수들이 벤치에서 뛰쳐나왔다. 선수 뿐 아니라 돈 매팅리 감독도 흥분을 감추지 못했고 마크 맥과이어 타격코치는 커크 깁슨 애리조나 감독에게 격렬하게 항의했다. 불펜투수 로날드 벨리사리오, J.P 하웰 등이 앞장서 몸싸움을 벌였고 다른 다저스 선수들도 애리조나 선수들과 뒤엉켰다.
벤치 클리어링은 약 3분간 계속됐다. 이 와중에 모두 5명이 퇴장을 당했다. 애리조나는 커크 깁슨 감독을 비롯해서 터너 워드 어시스턴트 타격코치, 투수 이언 케네디가 쫓겨났고 다저스는 마크 맥과이어 타격코치, 외야수 야시엘 푸이그가 퇴장 선언을 당했다.
후에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케네디에게 10경기 출장정지라는 중징계를 비롯해 모두 12명에게 제재를 가했다. 다만 그레인키에게는 출장정지 없이 제재금만 부과됐다.
이 사건 이후 공교롭게도 다저스와 애리조나는 다른 길을 걸었다. 당시 상대 포수 몬테로에게 “부상자 명단에 오른 선수들까지 모두 뛰어나와 덤벼들었다”는 말을 들을 만큼 단합을 보였던 다저스는 이후 폭풍 질주 끝에 애리조나를 따돌리고 지구 우승을 차지했다.
사건 당시 케네디는 “푸이그에게는 삼진을 노리고 몸 쪽 볼을 던진 것이다. 그레인키 역시 맞힐 의도가 없었다. 다만 몬테로를 맞혔기 때문에 몸 쪽 볼로 경고하려고 했는데 볼이 빠졌다”고 말했다. 케니디는 몸 쪽 볼 구사비율이 높아 작년 내셔널리그 에서 3번째로 많은 12개의 몸에 맞는 볼을 기록했다. 케네디는 작년 7월 31일 트레이드 마감시한에 샌디에이고로 이적했다.
그레인키는 지난 해 샌디에이고와도 악연이 있다. 다저스-다이아몬드백스 난투극이 벌어지기 두 달 전 아직 시즌 초반이던 4월 12일 그레인키는 선발로 펫코 파크 마운드에 섰다. 자신의 시즌 두 번째 선발등판이었다.
다저스가 2-1로 앞선 6회 마운드의 그레인키가 샌디에이고 선두타자 카를로스 쿠엔틴 에게 던진 볼이 팔꿈치 윗부분에 맞았다. 그렇게 센 볼도 아니었고 팔꿈치를 강타한 것도 아니었지만 잠시 그레인키를 노려보던 쿠엔틴이 갑자기 마운드로 돌진했다.
235파운드(약106KG)의 거구가 달려들고 있음에도 그레인키는 몸을 빼는 대신 글러브를 팽개치고 맞상대할 자세를 취했다. 쿠엔틴은 마치 풋볼 선수가 상대에게 태클을 걸듯 그대로 그레인키를 받아버렸다.
샘 홀브룩 구심이 두 선수의 퇴장을 명한 가운데 다저스 외야수 맷 캠프, 내야수 제리 헤어스톤이 역시 퇴장을 당했다. 동료 그레인키가 심각하게 다친 것을 안 동료 선수들이 분을 참지 못하고 뛰어 나왔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 그레인키는 쇄골이 부러져 한 달 동안 마운드에 서지 못했다. 그레인키는 이후 샌디에이고전에 두 번 더 등판해1승을 챙겼다. 당시 그레인키를 다치게 했던 쿠엔틴은 시즌 직전 무릎 통증으로 부상자 명단에 올라 이번 경기에서 맞대결은 이뤄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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