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마운드의 미래로 쑥쑥 크고 있는 조상우(20) 앞에 하나의 경고문(?)이 붙었다. 바로 ‘취급주의’라는 단어다. 이 딱지를 붙인 이는 염경엽 넥센 감독이다. 장기적인 시선을 가지고 조상우를 키우겠다는 의지를 잘 느낄 수 있다.
조상우는 최근 넥센 불펜에서 가장 뜨거운 선수다. 지난해 문제점이었던 제구력이 잡히면서 맹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오키나와 연습경기, 시범경기에서 150㎞ 이상의 강속구를 던지며 화제를 불러 모았던 조상우는 정규시즌 첫 경기에서도 순항했다. 29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SK와의 시즌 개막전에서 9회 마지막 투수로 등판, 세 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처리하는 기염을 토했다. 올해 맹활약을 예고하는 듯한 하이라이트 필름이었다.
조상우를 상대한 SK 타자들은 하나같이 혀를 내둘렀다. 한 선수는 “오승환의 공을 보는 것 같았다”고 털어놨다. 그만큼 150㎞대 중반까지 이른 직구에 위력이 있었다는 뜻이다. 염경엽 감독도 흐뭇한 미소를 감추지 않았다. 하지만 무리시키지는 않겠다는 것이 염 감독의 뜻이다. 자칫 조상우를 잘못 활용했다가 자신감이 떨어지는 상황이 오면 올해 불펜 구상은 물론 장기적인 관점에서도 일을 그르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염 감독의 배려는 시즌 전부터 꾸준하게 이어지고 있다. 염 감독은 조상우의 보직을 고만하다 결국 불펜행을 결정했다. “60개 이상 던지면 공의 힘이 떨어진다. 아직은 자신의 투구 매커니즘보다는 힘으로만 던진다는 뜻”이라는 게 염 감독의 설명이다. 이런 상황에서 선발로 나섰다가 난타라도 당하면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었다. 차라리 불펜에서 이런 투구 매커니즘을 만들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미였다.
불펜에서도 철저한 보호다. 염 감독은 조상우의 투입 시기에 대해 “1~2점차로 지고 있거나 3점 이상 이기고 있을 때 투입하겠다”라고 밝혔다. 아주 긴박한 순간은 아닌,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상황이다. 그만큼 조상우의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이 단계에서 부담을 털고 잘 던질 수 있다면 5월 이후에는 좀 더 중요한 보직이 주어질 수도 있다. 말 그대로 ‘차근차근’이다.
사실 감독으로서는 내리기 쉽지 않은 결정이기도 하다. 잘 던지는 투수, 좋은 컨디션을 보여주고 있는 투수를 최대한 많이 당겨쓰고 싶은 것은 모든 감독의 심정이다. 성적에 따라 자리가 왔다갔다 하는 감독으로서는 유혹을 이겨내기 쉽지 않다. 하지만 염 감독은 질긴 인내심을 보여주고 있다. 그만큼 조상우가 가진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염 감독은 선수의 미래에 많은 신경을 쓰는 지도자다. 되도록 선수의 가치를 극대화시킬 수 있는 포지션에서 뛸 수 있도록 하고 싶어 한다. 현실적으로 그렇지 않은 부분이 많다는 것에 아쉬움이 있을 뿐이다. 김민성이 대표적인 선수다. 하지만 조상우는 다르다. 마운드에는 어느 정도 여유가 있는 만큼 조상우의 상품가치를 극대화시킬 수 있는 포지션을 고민하고 있다. 이런 고민이 끝날 때, 비로소 조상우 앞에 붙은 ‘취급주의’ 경고문은 사라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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