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재과시’ 조인성, 당당한 경쟁을 꿈꾼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04.01 13: 12

“5년은 더 할 수 있겠는데?”
지난 2월 오키나와 전지훈련 당시 조인성(39, SK)을 본 LG 선수들은 너도 나도 이런 농담을 던졌다. 옛 동료의 준비 상태가 그만큼 잘 되어 있다는 뜻이 담긴 덕담이었다. 이 이야기를 들은 조인성은 말없이 가볍게 웃기만 했다. 특별한 반응이 없었다. 얼굴 표정에서는 긍정도, 부정도 읽기 힘들었다.
전지훈련에서 조인성은 과묵했다. 말을 많이 하기보다는 묵묵하게 땀을 흘렸다. 타격 연습을 할 때도, 수비 연습을 할 때도 한걸음 한걸음이 신중했다. 생존경쟁이라는 명제가 이 베테랑 포수 앞에 놓여 있었기 때문이다. 어느덧 불혹의 나이에 이른 조인성으로서는 허투루 시간을 보낼 수 없었다. 그렇게 흘린 땀은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건재 과시다.

조인성은 30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넥센과의 경기에서 홀로 4타점을 쓸어 담는 맹활약을 펼쳤다. 4회에는 상대 선발 강윤구를 상대로 역전 투런 홈런을 날렸다. 8회는 더 극적이었다. 4-4로 맞선 상황에서 상대 마무리이자 지난해 구원왕 손승락을 상대로 2타점 중전 적시타를 때리며 팀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여기에 이날 한국무대 첫 등판을 가진 로스 울프를 잘 이끌며 공·수 양면에서 맹활약했다. 이날의 히어로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전지훈련, 연습경기, 시범경기를 거치며 좋은 컨디션을 과시하고 있는 조인성이다. 노련한 투수 리드는 물론 타석에서의 모습도 달라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보다 확실히 방망이의 참을성이 좋아졌다. 조인성도 부인하지 않는다. 조인성은 “많이 보려고 노력한다. 연습할 때부터 내가 원하는 공이나 스트라이크에 가까운 공을 치려고 하고 볼을 많이 참으려고 연습했던 것이 주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힘도 있다. 이날 홈런은 강윤구의 만만치 않은 직구를 밀어서 우중간 담장을 넘겼다. 마흔에 이른 나이지만 여전히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한 판이었다. 조인성은 “웨이트트레이닝을 꾸준하게 했던 것이 지금의 결과로 이어지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했다. 투수 리드는 더 노련해졌다. 투수의 시선에서 생각하고 장점을 극대화시키려는 전략은 프로 17년차의 내공이 그대로 묻어있다. 울프는 “조인성의 리드가 좋았다”며 고마워했다.
밀리지 않겠다는 절박한 의식이 있기에 가능했던 상승세다. 조인성은 오키나와 캠프에서 나왔던 ‘5년’의 이야기에 대해 “목표는 크게 가져야 한다. 그래야 달성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자신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드러냈다. 기량이 밀려서 그런 것은 어쩔 수 없더라도 나이 때문에 밀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 조인성의 의지이기도 하다. 조인성은 “나이 땜에 내가 2~3번째로 밀려난다면 자존심 문제도 있고 다른 팀의 선임급 선수들에게도 미안한 일이다”고 강조했다.
조인성은 “40이라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강하게 하고 싶었다. 그래서 12월부터 웨이트트레이닝, 송구, 타격 연습을 거르지 않고 꾸준하게 했다”고 돌아보면서 “현재 페이스가 좋다. 지금까지 해봤던 것을 잘 지키려고 노력해야 할 것 같다”며 눈빛을 고쳤다. 당당한 경쟁을 꿈꾸는 조인성이 아직은 ‘살아있다’라는 것을 모든 이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skullboy@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