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변요한은 지금보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배우다. 29살의 이 배우는 훈남 배우다운 뚜렷한 이목구비를 갖고 있음에도, 유연한 여러 변신이 가능해 보인다. 선인, 악인, 장난꾸러기, 고요함이 모두 한 얼굴에 있다. 그는 영화 '들개'(감독 김정훈, 3일 개봉)에서 이 혼재된 이미지의 정점이라 할 만한 모습을 선보인다.
KAFA FILMS 2014의 작품 중 포문을 여는 영화 '들개'는 취업을 준비하면서 사제폭탄을 만들어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생산자 정구(변요한 분)와 폭탄을 대신 터뜨려 주는 집행자 효민(박정민 분)의 위험한 만남을 통해 억눌린 청춘을 표현한 영화. 변요한은 KAFA FILMS 작품에서 오랜만에 실력과 스타성을 동시에 갖춘 신예의 등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변요한은 이미 영화 '감시자들'에서 정우성(제임스 역)이 이끄는 범죄 조직원에서 운전사 역할을 맡아 인상을 남긴 바 있으며 단편영화 '토요근무'(2011), '까마귀 소년'(2012), '목격자의 밤'(2012) 등에 출연하며 영화계 안팎의 주목을 받았다. 장동건의 복귀작 영화 '우는남자'에도 출연한다.

'들개'는 그에게 독립영화와 상업영화의 교두보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봉준호 감독이 영화 속 변요한에 대해 "선과 악, 반항과 순응이 묘하게 교차된 얼굴"이라고 평했듯이 실로 변요한은 겉으로는 사회에 순응하는 듯 하지만, 돌아서서 폭탄을 통해 분노를 분출하면서 동시에 사회에 발 붙이고자 노력하는 복잡한 캐릭터 정구를 완벽하게 소화했다.
"촬영 2주 정도 전에 들어갔어요. 시간이 촉박했죠. 분석을 좀 더 많이 하고 촬영에 들어갔어야 하는데, 다급한 면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죠. 하지만 감독님이 캐릭터에 대해 자세히, 충분히 이해될 만큼 설명을 잘 해주셨기에 가능했습니다."
'들개'에 그가 출연 결정을 내렸을 때는 크랭크인 전까지 2주 정도 밖에 남지 않았던 상황이었다. 배우로서는 큰 도전이 아닐 수 없었지만 너무나 하고 싶었단다. '감독에 대한 확신과 신뢰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작업이었다.

영화 속 정구는 모르는 사람에게 사제 폭탄을 만들어 보내고 간접적으로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너무 매력있었어요 캐릭터가. 단순한 사회부적응자라고는 할 수 없고, 트라우마가 있는 인물이죠. 정구에 대한 히스토리를 그렸을 때, 친구들 사이에서도 그래도 똑똑하다는 말을 들었던 아이라 생각했어요. 하지만 반항적인 면모가 있고 고등학교 때 선생님에게 반발해 씻지 못할 낙인을 남기죠. 그 때 정구는 아마 자신의 성장이 끝났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어요." 그리고 덧붙였다. "하지만 정구는 자기에게 떳떳하고 싶고, 자신을 찾고 싶어했다고 봐요."
정구를 이미지화했을 때, 겉모습으로는 여러 모습이 가능했다. 그 만큼 어려운 선택이기도 했다. "정말 해맸다"는 그는 삭발 등 파격적인 여러 모습도 그려봤지만 자칫하면 '나 미친놈이에요'라고 대놓고 보이는 것 같아 고민했다고. 모범생처럼 보이는 위험 인물. 변요한은 정구를 두고 극으로도, 끝으로도 가보려고 했지만 결국 오히려 평범한 느낌을 선택했다. '탁월한' 선택이었다.
극 중 반사회적인 성향이 짙은 폭탄 집행자 효민 역을 맡은 배우 박정민과는 사실 '크로스 캐스팅'이 가능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동기이기도 한 그들은 서로를 너무 잘 알고 그 만큼 의지할 수 있는 동료이자 친구였다. 하지만 실제 성격도 반대에 가깝다고 한다.
"실제 성격이요? 정민이보다는 쾌할한 거 같아요. 하하. 감독님이 솔로몬의 선택을 하셨죠. 지혜롭게. 저도 정민이도 두 역할이 모두 잘 어울릴 것 같다고 하셨어요. 그런데 이렇게 (바꿔서)해주신거죠. '너네들 바꿔봐. 도전해봐'. 그래서 많이 배웠어요. 제가 효민을 연기하면 너무나 쉽게 할 수 있었을 것 같았어요(비슷한 역할을 주로 해왔던 탓에). 정민이는 '파수꾼'에서 정구 같은 인물을 연기했고요. 이런 저희 둘을 놓고 반대로 해보자는 거였죠."
변요한은 박정민이 있었기에 두려움 없이 이 영화를 선택한 점도 크단다. 그는 "정민이는 전체적으로 (연기를)잘하고, 나는 부분적으로 잘 하는 아이"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마지막 폭파신이 인상적이다. 폭발이라는 강한 에너지를 주인공이 꾹꾹 눌러담는 느낌. 영화 '다크 나이트'의 히스 레저가 떠올랐다고 말하자 "스태프들이 '요한 레저'라고 부르기로 했다"라고 대답했다.
"단 한 번에 그 신을 마쳐야했어요. 너무 무섭더라고요. 스태프들 40~50명이 앞에서 숨 죽이고 있고, 촬영은 한 번에 가야했어요. 그 상황에서도 감독님이 되게 차분하셨죠. 파이팅하고 찍었습니다."
실제로 폭탄을 다루는 영화를 참고했냐는 질문에는 "레퍼런스를 안 본다. 그 전에 영화들을 많이 봐 왔기 때문에 또 굳이 보며 생각해야 하나, 란 생각이 든다. 그런 레퍼런스는 미리 미리 준비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야 시나리오가 왔을 때 의존하지 않을 수 있다"라고 배우로서 자신의 연기관을 전하기도 했다.

배우로서 자신감에 차 있고 남자다운 짱짱함이 있다. 하지만 슬럼프도 있있단다. 이유는 스크린 속 자신에게 욕심이 보였기 때문이라고.
"독립영화를 하게 됐는데, 우연찮게 그 영화가 상을 받는 행운을 누리고 그렇게 1년동안 30여편을 찍었어요. 꼬리 물기로 많이 작업했죠. 그 분들(영화를 찍게 해 준 사람들)은 정말 제게 은인들이에요. 잊지 말아야 할 분들이죠. 그러다 2012년 후반 5~6개월간 많이 힘들었어요. 2013년도 초반까지. 시나리오는 엄청 들어오는데, 못 하겠더라고요. 날 내려둘 시간이 필요했어요. 연기하는데 제 욕심이 보이더라고요. 그러다가 몸이 근질근질하고 멘탈이 정리되고 한 작품이 '목격자의 밤'이에요. 되게 기적같았어요. 지금은 스스로 작업 방식이 바뀐 것 같아요. 신중하게 연기하려고 합니다. 물론 그간의 많은 작업들이 토양이 됐어요." 스스로 '내려두기'를 통해 진정으로 연기할 열정을 찾았다는 그다.
그간 독립영화라는 장르 안에서 온갖 캐릭터를 다 해봤지만 유독 남자 배우와의 호흡이 많았다고. 그래서 멜로 영화를 해 보고 싶단다. "남자배우와 잘 어울린다고 하세요. 하하. 앞으로 작품에서 여자 배우를 만난다면 예쁘고 사랑스럽게 쳐다보겠습니다." 화제를 돌려 '독립영화의 송중기'라고 불린다고 말하자 "정말 죄송하다"라며 정말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그에게 마지막으로 영화 속 정구가 면접관들 앞에서 들려주는 것처럼, 본인의 좌우명을 말해달라고 요청했다.
"'마음부터 비운다'는 거예요. 그리고 작업할 때 신념은 세 가지가 있어요. 선배님이라고 꼬박꼬박 붙이기. 어느 순간 형(누나)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호칭 부분은 정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시간 약속 지키기와 세 번째는 술을 많이 마시더라도 꼭 스스로를 체크하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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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