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전, 그리고 시즌 첫 경기라는 부담감은 리그를 대표하는 특급 에이스들의 어깨도 무겁게 한 모양이다. 특급 투수들의 첫 경기 성적표가 썩 좋지 않았던 상황에서 류현진(27, LA 다저스)의 호투가 더 빛나는 모습이다. 올해 기준 메이저리그(MLB) 연봉 248위가 보여준 저비용 고효율의 극치였다.
류현진은 개막 후 2경기에서 12이닝 무실점, 그리고 12탈삼진의 호투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23일 시드니에서 열린 애리조나전에서 5이닝 무실점으로 좋은 출발을 보인 것에 이어 31일 샌디에이고와의 미 본토 개막전에서는 7이닝 7탈삼진 무실점 역투를 펼쳤다.
비록 불펜이 승리를 날리며 2승 도전에는 실패했지만 현재까지 리그에서 가장 돋보이는 투수 중 하나다. MLB를 대표하는 컬럼니스트인 피터 개몬스는 “현 시점에서 최고의 투수”라고 했고 LA타임스, ESPN 등 언론에서는 류현진에 ‘에이스’ 호칭을 붙이는 것을 주저하지 않고 있다.

반면 각각 첫 경기에 나선 리그 에이스들은 부진한 경우가 많았다. 류현진의 성적이 개인 순위표에서 더 빛나는 이유다. 최고의 좌완 투수라는 클리프 리(필라델피아)는 텍사스전에서 5이닝 11피안타 8실점이라는 최악의 투구 내용을 보였다. 타선의 화끈한 지원에 힘입어 승리투수가 됐지만 찜찜함이 남는 내용이었다. 역시 사이영상 수상 경력을 가지고 있는 R.A 디키(토론토)도 탬파베이전에서 5이닝 6실점 난조를 보인 끝에 패전투수가 됐다.
7년 연속 개막전 선발로 나선 저스틴 벌랜더(디트로이트)는 6이닝 동안 6피안타 3실점(2자책)으로 자신의 이름값을 하지 못했다. 반대편에서 던진 제임스 실즈(캔자스시티)도 6⅓이닝 5피안타 3실점을 기록해 7이닝 벽을 넘지 못했다. 올해 내셔널리그 유력한 사이영상 후보 중 하나로 손꼽히는 스티븐 스트라스버그(워싱턴)는 6이닝 동안 10개의 탈삼진을 잡아내며 분투했지만 1회 3점 홈런을 허용하는 등 4실점하고 승패 없이 물러났다.
크리스 세일(시카고 화이트삭스, 7⅓이닝 8탈삼진 3실점), 아담 웨인라이트(세인트루이스, 7이닝 9탈삼진 무실점), 프란시스코 리리아노(피츠버그, 6이닝 10탈삼진 무실점), 호세 페르난데스(마이애미, 6이닝 9탈삼진 1실점), 펠릭스 에르난데스(시애틀, 6이닝 11탈삼진 2자책점) 등이 좋은 모습을 보인 에이스급 투수들이었지만 류현진의 7이닝 무실점 성적에 비견할 만한 투수는 웨인라이트 정도였다.
12이닝 무실점 행진을 기록하고 있는 류현진은 오는 5일 샌프란시스코와의 홈 개막전 등판이 유력한 상황이다. 에이스인 클레이튼 커쇼가 등 부상으로 부상자 명단에 오른 상황에서 홈 개막전 등판에 가장 어울리는 투수가 류현진이라는 평가다. 에이스 수난의 기록지를 피해간 류현진이 또 한 번의 부담되는 등판에서 호투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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