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첫방 '대변인들', 소통과 불통 사이
OSEN 선미경 기자
발행 2014.04.02 09: 35

직접 경험하거나 전해들은 사연으로 공감을 샀지만 정리되지 않은 느낌이 주는 산만함은 아쉬움을 남겼다. 절반의 성공이다.
지난 1일 오후 첫 방송된 KBS 2TV 새 파일럿프로그램 '역지사지 토크쇼-대변인들'(이하 대변인들)에서는 사회 전반에 깔린 여러 갑을관계, 상하관계, 수평관계에서 겪은 불합리한 사연이 소개됐다. 몇 가지 사연은 시청자의 공감을 샀지만 열심히 자기 입장을 주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시청자를 불편하게 만든 사연도 있었다.
'대변인들'은 '당신의 입이 되어드립니다' 콘셉트로, 지난해 대학생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던 '안녕들하십니까'의 토크쇼 버전이다. 김구라와 성시경이 MC를 맡았고, 조우종, 유정현, 오상진, 김지민, 방은희, 조세호, 김도훈이 대변인 군단으로 출연해 사연에 대해 공감하고 함께 토론했다.

지상파 방송 3사 아나운서 출신의 패널들과 연예계에서 말 잘하기로 소문난 MC들이 합류한 만큼 열띤 토론이 진행됐다. 특히 첫 번째 사연으로 소개된 걸그룹의 과도한 섹시 콘셉트에 대해서는 김구라가 직접 레인보우의 지숙과 토론해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첫 번째로 등장한 걸그룹 사연은 공감을 사지 못하고 오히려 불편함을 줬다는 시청자 의견이 지배적이다. 지숙과 걸그룹 스텔라의 가영, 달샤벳의 수빈이 출연해 걸그룹으로서 섹시 콘셉트를 할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지만 시청자에 공감을 사거나 소통했다는 반응보다는 단지 해명일 뿐이었다는 의견이다.
반면 일반인 사연은 좋은 반응이었다. 커피 한 잔을 주문한 채 하루종일 카페 명당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손님 때문에 손해를 본다는 사장의 고충과 조류독감으로 인해 양계 농가의 피해가 막심하다는 사연, 그리고 고객들의 황당한 요구에 물건 배송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택배기사의 이야기까지 다양한 사연이 쏟아졌다.
걸그룹의 사연이 해명뿐인 합리화에 불과했다면, 일반인의 사연은 실생활에서 직접 경험했거나 전해 들었을법한 사연이었다. 개성이 강하다 못해 튀는 일반인들의 사연을 소개하는 다른 프로그램이 신선한 재미를 준다면, '대변인들'은 공감과 소통에 초점을 맞춘 만큼 평범한 사연들이었지만 프로그램만의 매력을 잘 살렸다.
진행은 아쉬웠다는 지적이다. 여러 명의 패널을 앉혀놨지만 공평하게 발언권이 돌아가지 않았고, 정리되지 않은 느낌이 강했다. 특히 을의 사연을 소개하는 부분에 방송인 남창희를 초대했지만 그의 발언은 철저하게 무시하는 불편한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또 여러 사연을 소개하다 보니 깊이 있게 파고들지 못했다는 의견도 있었다.
그럼에도 '대변인들'은 그만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산만한 진행과 토론 과정은 차차 보완해 나가야 할 부분이지만 시청자와 공감하려는 시도는 좋은 출발이었다. '대변인들'이 시청자와 완전한 공감대를 형성하며 정규편성을 꿰찰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seon@osen.co.kr
KBS 2TV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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