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전까지 두산 베어스 선발진은 막강하다는 평가였다. 더스틴 니퍼트-노경은-유희관으로 이어지는 1~3선발은 모두 지난해 두 자릿수 승리를 올린 투수들이다. 그리고 새 외국인 투수 크리스 볼스테드는 리그에서 가장 메리트를 가진 4선발이 될 가능성을 지녔다. 5선발 이재우의 경우 변수가 많은 편이지만, 이미 1~4선발로 인해 두산 선발진은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뚜껑을 열자 불펜만큼이나 선발투수들이 불안한 출발을 하고 있다. 니퍼트와 노경은은 LG와의 개막 2연전에서 각각 5이닝 3실점, 4이닝 6실점했다. 유희관은 퀄리티 스타트(QS) 문턱까지 갔으나 아웃카운트 하나가 부족해 5⅔이닝을 소화하는 데 그쳤고, 홍상삼이 출루한 주자를 불러들여 자책점이 3점으로 불어났다.
결과적으로 지난 3경기에서 두산의 선발투수들은 한 차례의 QS도 기록하지 못했다. 9개 구단이 최소 1경기 이상을 치른 현재 QS 기록이 없는 팀은 서울을 연고로 하는 3개 팀(두산, LG, 넥센)이 전부다. 단 1경기만 가진 NC도 이재학이 QS를 올렸다.

혼자만의 아픔은 아니지만 뜯어보면 두산이 가장 심각하다. LG는 임지섭이 5이닝 1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된 바 있다. 1이닝이 부족했을 뿐 투구 내용은 좋았다. 넥센은 불펜에서 마무리 손승락이 무너지기는 했지만 조상우라는 믿음직한 셋업맨을 키워내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두산은 선발이 많은 이닝을 끌어가지 못했고, 짧은 이닝 동안에도 임지섭 만큼의 임팩트 있는 피칭을 보인 투수가 없었다. 물론 현재까지 등판한 3명의 투수는 풀타임 시즌을 소화했을 때 충분히 두 자릿수 승리를 다시 만들 수 있는 역량을 갖췄지만, 유쾌하지 못한 출발이 좋을 리는 없다.
선발이 오래 버텨주지 못하자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한 불펜도 초반부터 과부하가 우려되고 있다. 2연패한 최근 2경기에서 두산 불펜은 완전히 붕괴됐다. LG와의 2번째 경기에서는 추격조가 나서 점수를 더 내주며 추격 흐름을 만들지 못했고, 넥센전에서는 홍상삼이 나와 리드를 빼앗기고 역전패했다.
볼스테드는 이러한 상황에서 2일 경기 선발로 나선다. 두산 마운드의 상태는 개막 이후 가장 좋지 않다. 유희관은 불펜 전체가 하루 휴식을 취한 뒤 선발로 등판했으나 볼스테드는 그렇지 않다. 본인이 긴 이닝을 소화하며 불펜의 부담까지 덜어야 하는 임무가 있다. 설상가상으로 데뷔 무대도 홈런 주의보가 발령된 목동이다.
선발투수들의 기세가 3경기 연속으로 꺾였고, 불펜마저 불안정한 상황에서 볼스테드는 리그에서 가장 위협적인 타선을 가진 넥센을 맞아 적지인 목동에서 등판한다. 제반 환경은 최악에 가깝지만, 새로운 영웅이 탄생하기에는 이만한 조건도 없다. 볼스테드가 분위기를 반전시킬지, 아니면 두산이 다음 카드를 기약해야 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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