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무’ 박희수, 구원왕 향해 전진시작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04.02 06: 25

동료 불펜 투수들이 고전하는 와중에서도 박희수(31, SK)의 표정에는 한치의 흔들림이 없었다. 첫 2경기에서 완벽투를 선보이며 모두 세이브를 따냈다. 가장 큰 목표라고 할 법한 구원왕을 향한 힘찬 시동을 건 모습이다.
박희수는 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의 경기에서 13-8로 앞선 9회 2사 만루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랐다. 아웃카운트가 딱 하나 남아있는 상황이긴 했지만 안타 하나라도 허용할 경우 분위기가 완전히 LG쪽으로 갈 수 있다는 점에서 긴장되는 등판이었다. 하지만 박희수는 차분했다. 박용근을 4구만에 삼진으로 잡으며 SK의 승리를 지켰다.
사실 까다로운 등판이었다. 박희수는 8회까지 덕아웃에 앉아 있었다. 13-6으로 앞서가고 있었기에 박희수가 등판한 일은 없어 보였다. 그런데 9회 팀이 2점을 내주며 위기감이 감돌았고 결국 급하게 몸을 풀어야 했다. 그리고 ‘없었어야 할’ 세이브 상황이 만들어지자 급히 마운드에 올랐다. 하지만 공 네 개로 긴박했던 순간을 모두 정리했다.

한 타자를 상대해 표본이 적긴 했지만 구위는 좋았다. 직구와 체인지업을 섞으며 박용근을 괴롭혔다. 1B-2S 상황에서는 바깥쪽 스트라이크존을 절묘하게 찌르는 빠른공으로 루킹 삼진을 잡았다. 구속 자체가 빠르기보다는 워낙 제구가 정교해 방망이를 갖다 대기 쉽지 않은 공이었다. 박희수의 트레이드마크가 진가를 발휘한 셈이다.
지난달 30일 문학 넥센전에서 세이브를 올렸을 때도 비슷했다. 놀랄 만한 침착했다. SK가 3-4로 뒤진 8회 6-4 역전에 성공해 박희수의 등판 기회가 만들어졌고 박희수는 첫 등판에서 삼자범퇴 이닝을 만들어내며 역전승을 마무리지었다. 좌완에게 강한 윤석민, 박희수를 공략하게 위해 나선 대타 유한준, 그리고 이날 절정의 타격감을 자랑했던 이택근을 차례로 범타 처리했다.
마무리 전업 첫 해였던 지난해에는 선두 타자와의 승부에서 다소 어려움을 겪곤 했던 박희수였다. 43경기 1승2패24세이브1홀드 퍙균자책점 2.27이라는 훌륭한 기록의 옥의 티였다. 실제 박희수의 아웃카운트별 피안타율은 무사(.240)에서 가장 높았고 투구수별 피안타율도 1~15구(.200)이 가장 높았다. 이닝 첫 타석 피안타율(.216)이 두 번째 타석(.180)이나 세 번째 타석(.119)보다 높은 것도 이와 연관이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초구부터 과감하게 승부를 걸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띈다. 넥센전 당시 세 타자의 승부 때는 모두 초구를 스트라이크로 잡았다. 두려움 없이 유리한 볼 카운트를 만들어갔다. 볼을 이리저리 빼기보다는 과감하게 승부하는 점도 통하고 있다. 네 타자를 상대하면서 박희수가 던진 공은 단 12개였다.
구위에 대한 자신감이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전지훈련 초반에는 몸 상태가 다소 늦게 올라왔지만 연습경기와 시범경기를 거치며 완전한 자신의 페이스를 찾았다. 제구력, 위기대처능력, 이닝소화능력, 연투능력까지 모두 검증이 된 박희수다. 구위만 잘 유지할 수 있다면 구원왕 후보로 손색이 없다. 오승환(한신)이 빠져 나간 9개 구단 마무리 구도에서 최고로 우뚝설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진다. 적어도 출발은 9개 구단 마무리 중 가장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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