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까지 SK의 2루에는 슈퍼맨이 있었다. 공·수·주 모든 측면에서 활발하게 움직이며 팀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지금은 한화로 떠난 정근우가 그 주인공이었다. 그런데 적어도 지금까지는 공백이 생각보다 크지 않다. 새로운 ‘슈퍼맨’의 등장 예감 때문이다. 나주환(30)이 맹활약을 펼치며 SK의 내야를 든든하게 지키고 있다.
나주환은 시즌 초반 가장 뜨거운 선수 중 하나다. 아직 3경기를 치른 것에 불과하지만 타율이 5할(10타수 5안타)에 이른다. 타점도 6점을 수확했고 OPS(출루율+장타율)는 무려 1.138이다. 공격 뿐만 아니라 수비와 주루에서도 빛난다. 2개의 도루를 기록하며 활발하게 뛰고 있고 2루 수비도 전혀 낯설지 않다.
타격은 이미 상승세가 예고됐다. 오키나와에서 가진 12번의 연습경기에서 타율 3할2푼1리, 출루율 3할7푼5리를 기록했던 나주환은 시범경기 7경기에서는 타율 4할4푼4리(18타수 8안타)에 출루율 6할을 기록했다. 지난해 8푼7리라는 최악의 타율에 그쳤던 나주환의 화려한 반격이다.

나주환은 시범경기 때부터 “타격 컨디션이 좋다. 공이 잘 안 보인다”라면서 만족감을 드러냈다. 출루율이 높았던 것도 스트라이크와 볼 구분이 명확했기 때문이다. 볼에는 미동도 하지 않는 모습이 달라진 나주환을 확신케 했다. 상승세는 이어지고 있다. 나주환은 1일 잠실 LG전에서 4타수 3안타 5타점의 맹타를 휘두른 이후에도 “지금 타격 컨디션이 좋다”라고 자신했다.
여기에 수비에서도 기대 이상의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나주환은 올해 정근우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2루로 전향했다. 프로 초기를 제외하면 주로 유격수를 봤던 나주환으로서는 하나의 도전이었다. 모든 방향과 움직임이 반대가 되는 상황이 어색할 법 했지만 나주환은 이 보직에 훌륭히 적응하고 있다. 팀 주장이자 리그 최고 수비수 중 하나인 박진만이 “원래부터 수비 센스가 있어 문제 없이 잘 한다”라고 칭찬할 정도다.
주루에서도 과감한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나주환은 2009년(21개)을 제외하면 20도루 이상이 없을 정도로 아주 빠른 발을 가진 선수는 아니다. 그러나 상대 투수의 타이밍을 뺏는 스타트와 과감함으로 1일에는 두 차례나 도루에 성공했다. 이쯤되면 SK 내야에서 원맨쇼를 펼치고 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가치도 치솟는다. 나주환은 올해를 끝으로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는다. 올해 성적이 좋다면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노려볼 만하다. 수준급의 타격과 더불어 유격수와 2루를 모두 소화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한다면 많은 팀들이 군침을 흘릴 수 있다. 명예회복과 FA 대박을 동시에 노리는 나주환의 발걸음이 점차 경쾌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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