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권(33, SK)의 방망이가 심상치 않다. 정규시즌에 딱 맞춰 대폭발하고 있다. 박정권의 뜨거운 방망이는 SK 타선에도 그 온기가 널리 퍼질 기세다.
박정권은 1일 현재 3경기에서 타율 6할을 기록 중이다. 3경기 성적이기는 하지만 매 경기 꾸준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들어온다. 29일 문학 넥센전에서는 홈런 하나를 포함해 3안타, 30일 문학 넥센전에서 멀티히트, 그리고 1일 잠실 LG전에서는 1안타와 볼넷 3개를 골랐다. 절정의 타격감, 절정의 선구안이라고 할 만하다. 출루율은 무려 7할1푼4리에 이른다.
사실 시즌이 시작되기 전 악재가 있었던 박정권이다. 오키나와 캠프 막판 갑작스럽게 찾아온 충수염 때문에 정상 훈련 일정을 2주 가량 건너뛰었다. 큰 수술이 아니고 예전보다 기술이 발달해 2~3주면 충분히 회복이 가능했지만 의도하지 않게 흐름이 한 차례 꺾였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있었다. 전지훈련 내내 쏟았던 땀이 상당 부분 씻겨 내려갈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기우였다. 예상보다 일찍 돌아온 박정권은 시범경기 막판부터 서서히 타격감을 끌어올리더니 정규시즌에 폭발하고 있다. 6번으로 시즌을 시작했지만 계속된 활약에 1일 잠실 LG전에는 5번으로 출전하기도 했다. 그만큼 코칭스태프에서도 박정권의 감이 좋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방망이의 감뿐만 아니라 타석에서의 인내심과 침착함도 수준급이다. 3경기에서 삼진은 하나에 불과하다.
이런 박정권의 상승세는 SK 타선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팀 타선의 불안요소를 상당 부분 지워낼 수 있어서다. SK는 주축 타자들이 전지훈련에서 동반 상승세를 탔다. 치열한 경쟁 때문에 모든 선수들이 컨디션을 절정에 끌어올리려고 애썼다. 그러다보니 “모두 같이 떨어질 수도 있다”라는 우려가 있었던 것도 사실. 하지만 수술로 불가피하게 페이스가 한 번 떨어졌던 박정권이 다시 페이스를 끌어올려 팀 타선을 이끌고 있다. 나머지 선수들의 타격감이 다시 오를 때까지 버팀목이 될 수 있다.
한편으로는 루크 스캇이나 다른 중심타자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효과도 톡톡히 보고 있다. 스캇이 화려한 경력을 가진 타자이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초반에는 적응에 시간이 필요하다. 김상현 등 다른 5번 후보들의 컨디션도 아직은 100%가 아니다. 하지만 박정권이 뒤에서 버텨주면서 중심타선의 파괴력은 유지되고 있다. 한편으로는 현재 엔트리에 좌타 대타 요원이 마땅치 않은 SK로서는 박정권의 활약이 절실하다고도 볼 수 있다.
겨울에 흘린 땀은 충분하다. 훈련량도 많았다. 이만수 SK 감독은 플로리다 캠프와 오키나와 캠프에서 “박정권이 정말 열심히 훈련을 했다”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예년에는 발동이 조금 늦게 걸리는 감이 있었지만 올해는 초반부터 맹타를 휘두를 수 있는 원동력이다. 한 번 맞기 시작하면 무서운 선수라는 점에서도 기대를 걸어볼 수 있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