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6살, 중학교 3학년. 어렸을 때부터 사회생활을 시작해서일까. 마냥 어린아이 같아 보이지만 자신의 미래에 대해, 연기에 대해 생각하고 말하는 걸 보니 어른 못지않다. 참으로 기특한 배우다.
얼마 전 JTBC 드라마 ‘우리가 사랑할 수 있을까’(이하 우사수)를 끝낸 진지희는 다시 학생의 신분으로 돌아가 새 학기를 보내는 중이다. 학교생활, 친구들 이야기를 할 때는 또 영락없는 16살 소녀였다. 그리고 지금 진지희는 사춘기를 보내고 있다.
‘우사수’에서도 진지희는 꽤 예민한 소녀로 등장했다. 임신한 여중생 역을 맡았던 세라는 엄마 앞에서 세상에 그렇게 막말하는 딸이 없었고 그렇게 예의 없는 딸이 없었다. 극 중 엄마가 마음에 들지 않게 행동하거나 말을 하면 문을 쾅쾅 닫기 일쑤였다.

“사춘기가 늦게 왔어요. 원래도 잘 우는 편인데 사춘기 겪으면서 감성이 풍부해진 느낌이에요. 예민해진 게 있어요. 그렇다고 엄마랑 싸우고 나서 예민하게 구는 편은 아니에요. 후폭풍이 무서워서 그 자리에서 푸는 편이에요.(웃음) 엄만데 뒤끝 있어서 뭐해요. 꽁해져서 말도 안 하는 것보다는 바로바로 풀어요.”
‘우사수’에서 진지희가 분한 임신한 여중생 세라는 주변에서도 쉽게 접할 수 없고 그래서 쉽게 표현하기 힘든 캐릭터였다. 그러나 김윤철 감독이 세심하게 진지희를 도왔고 진지희 또한 감독의 요구를 잘 수용했고 시청자들이 한 번쯤 깊게 생각하게 하는 세라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걱정을 많이 했는데 감독님이 존중을 많이 해주셨어요. 드라마 들어가기 전에도 같이 세라의 대사톤에 대해 여러 가지를 생각해보고 리허설도 했는데 촬영 들어갈 때만 자신의 톤을 선택해서 하라고 했어요. 창의적으로 연기할 수 있게 해주셨어요. 의견을 존중해주셔서 제가 걱정한 것만큼 어렵지 않게 쉽게 끝난 것 같아요.”

그간 ‘지붕 뚫고 하이킥’, ‘인수대비’, ‘해를 품은 달’, ‘불의 여신 정이’, ‘고령화가족’ 등을 통해 이미 연기파 아역으로 인정받은 진지희의 연기가 갈수록 더욱 풍부해지고 입체적으로 느껴지는 건 연기에 대한 그의 고민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연기할 때 표정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제가 아무리 대사톤을 아무리 슬프게 한다고 해도 사람들은 표정을 더 신경 써요. 대사와 표정을 같게 하려고 해요. 눈짓, 눈썹의 들썩거림, 웃다가 찡그리는 미세한 표정변화 등 표정에 신경을 많이 써요.”
실제 드라마나 영화에서 진지희의 표정 연기는 그 상황에 부가적인 설명을 해주는 듯하다.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 궁금하게 하는 배우 진지희는 슬픈 대사에 자신을 던져 수박 겉핥기 같은 느낌을 주는 것이 아니라 보는 사람들도 그 분위기에 동하게 하는 재주가 있다.
그렇다고 진지희는 대사나 표정을 연구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진지희의 노력은 학교에서도 이어진다. 방과 후 동아리 모임으로 상담부에서 활동, 친구들의 생각을 듣고 공감도 하면서 함께 고민을 풀어간다.
“학교에서 방과 후 동아리 모임이 있는데 또래 상담부에 들었어요. 또래 친구들에게 도움을 주거나 또래 상담을 할 수 있는 거예요. 동아리에서 상담 방법을 배워요. 연기자는 상대방의 마음을 아는 게 중요하잖아요. 친구들과 얘기하다 보면 공감하게 되고 우리가 직접 상담해주는 경우도 있어요.”
2003년 데뷔해 올해 데뷔 12년 차를 맞는 진지희의 경험치는 그 나이 또래 아이들보다는 분명 많을 것. 배우는 다양한 직업과 상황에 놓여서 연기했던 만큼 진지희는 자신의 경험을 통해 친구들의 고민을 듣고 상담도 해주고 그들의 감정을 공유하기도 한다.
“친구를 편안하게 해주면서 들어주는 편이에요. 제가 연기를 통해 경험한 것들이 많은 만큼 친구들에게 색다른 해답을 줄 수 있는 것 같아요. 제가 경험했던 걸 말하면서 친구들에게 다가가요. 그런데 정작 제 고민은 해결하지 못하고 있어요.(웃음)”

연기에 대한 고민, 그리고 대중이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연기를 위한 상담사 역할까지 하는 진지희는 ‘우사수’를 통해 또 하나 노력하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영어공부다. ‘우사수’에서 미국으로 조기유학을 다녀온 캐릭터를 연기한 만큼 종종 영어대사를 소화해야 했다. 영어를 좋아하지만 내이티브처럼 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이에 영어대사 공부에 열을 올렸고 그 결과 영어가 조금씩 들리기 시작하면서 영어에 대한 욕심이 생겼다.
“학교에서와 달리 영어로 말하려고 하니까 창피했어요. 유학을 다녀온 지인이 있어서 억양을 물어봐서 준비하기도 하고 김윤철 감독님이 영어를 잘하셔서 발음 틀린 게 있으면 확인받고 연기했어요. 할 때마다 떨리더라고요. 그런데 영어대사를 하면서 좋은 점이 ‘겨울왕국’ 상영했을 때였는데 대사가 귀에 잘 들어오더라고요. 대본을 보고 듣고 말하다 보니까 정말 잘 들리더라고요. ‘겨울왕국’을 보면서 귀에 들리는 대로 해석해보고 대사를 봤는데 해석이 맞았어요. 그래서 요즘 회화도 열심히 하고 있어요.”
영어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한 진지희는 최근 꿈이 하나 생겼다. 바로 할리우드 진출. 요즘 이병헌, 비, 수현 등이 할리우드에 진출한 것을 봤을 때 진지희의 꿈은 단지 잡을 수 없는 꿈이 아니다. 연기력까지 받쳐주니 영어 공부만 열심히 한다면 얼마든지 실현 가능한 꿈이다.
“우리나라 배우들도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는 기사를 많이 봤는데 할리우드 진출을 꼭 하고 싶어요. 제가 이루고 싶은 저의 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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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