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주말드라마 ‘황금무지개’의 세계를 막 빠져나온 배우 정일우의 표정은 밝았다. 다소 무거웠던 역할에서 벗어나 홀가분한 기분이 드는 걸까? 정일우는 “사실 중학교 때 친구들과 부산 여행을 다녀왔다”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41부작, 긴 작품을 마친 후 남아있는 감정들을 훌훌 털고 오랜 친구들과 여행을 다녀올 수 있는 이 배우의 인간적인 모습이 새롭게 보였다.
“긴 작품을 마쳤다는 것에 굉장히 홀가분하기도 하고요. 많이 배웠던 작품이고, 같이 연기한 배우 분들이 호흡이 잘 맞아서 기분이 좋아요. 유이도 그렇고 차예련 누나도 그렇고 조민기 선배님, 특히 아버지(조민기)랑 연기 호흡이 잘 맞아서 좋았어요.”
상대 여배우와의 ‘케미스트리’ 쪽으로 이야기를 끌고 나가려는 기자의 유도에도 정일우는 연기 선배이자 오랜 친구이기도 한 조민기에 대한 애정을 듬뿍 드러내며 기대를 저버렸다(?).

“조민기 선배님과는 어렸을 때부터 친분이 있어서 연기하면서 참 편했어요. 대기실도 같이 썼어요. 스무 살 때 우연히 사석에서 뵙고 (선배님으로부터) 카메라도 받고 많이 친해졌어요. 가끔 인사동에서 막걸리도 같이 마시고요. 선배님도 여행을 가셨는데 오늘 아마 오실 거예요.”
조민기는 드라마 촬영 내내 정일우에게 버팀목이자 연기 스승이 돼줬다. 그래서인지 정일우가 ‘황금무지개’를 통해 얻은 가장 가치 있는 것 역시 조민기와 관련이 있었다.
“선배님이 드라마 시작 전에 ‘남자 배우는 중저음의 톤이 잘 잡혀야 롱런을 할 수 있다. 일우야, 넌 다른 거 안 바라고 그것만 배워라’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많이 노력했고요, 드라마가 끝나고 나서 보니 그걸 찾은 것 같아서 너무 좋아요. 어떤 게 중저음의 목소리 톤인지 알게 됐어요. 사실 제가 저음이에요. 지금까지는 캐릭터가 밝아서 연기를 할 때 늘 톤을 높여서 했는데 이번에는 제 톤으로 연기를 할 수 있었고, 그런 부분에서 많이 배웠어요.”

중저음의 목소리를 찾은 것 말고도 ‘황금무지개’를 통해 정일우가 얻은 것은 적지 않다. 조민기 뿐 아니라 유이, 차예련, 박원숙 등 평소 다른 작품에서는 만나기 힘들었던 또래의 동료, 좋은 선배 연기자들을 만났고 아주머니 팬들도 많이 생겼다. 이는 이제 20대 후반으로 가고 있는 이 배우가 가진 연기의 폭이 한 단계 넓어졌다는 사실을 뒷받침한다.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다음 작품을 폭 넓게 선정할 수 있을 거 같아 기분이 좋아요. 사실 우리 드라마가 이슈화는 덜 되긴 했죠. 그래도 윗세대 어른들은 다 보시더라고요. 제 친구들이 드라마를 보는데 ‘우리 엄마가 너무 팬이야’ 이런 사람이 많아요.(웃음) 부산에 가서도 많이 느꼈지만 제가 지나가면 어른들이 ‘도영이 왔다’, ‘황금그룹 손자 왔다’, ‘서검사 왔다’고 하세요. 배우는 다양한 연령대에서 인지도가 높으면 좋다고 생각하는데, 이번 작품을 통해서 어른들의 인지도를 많이 넓힌 거죠.”
‘황금무지개’가 끝난 후 정일우에게는 기분 좋은 일들이 연이어 찾아왔다. 가장 큰 것은 ‘무한도전’ 응원단에 단원으로 합류하게 된 것. 정일우는 “많이 이슈가 됐더라. 그 정도일 줄은 몰랐다”라고 말하며 미소를 지어보였다.
“‘무한도전’과 ‘황금무지개’ 마지막 회를 모두 부산에서 봤어요. 친구들이 ‘무한도전’을 정말 배꼽을 잡으면서 보더라고요. 끝나자마자 굉장히 많은 연락이 오고, 실시간 검색어 1위도 하고요. 예능의 파급력이란 게 대단하구나, 느꼈어요. 저도 원래 ‘무한도전’ 팬이어서 너무 즐거웠고요. 기대도 되고 걱정도 돼요.”
지난달 29일 방송된 ‘무한도전’에서 정일우는 치어리딩 대회 1등 출신임에도 노홍철에 비견될만한 몸짓으로 웃음을 준 바 있다. 뿐만 아니라 거침없는 ‘무한도전’ 멤버들은 그의 코 도장 받기에 실패하자, 양말을 벗겨 족장을 찍는 모습으로 안방극장에 즐거움을 안겼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정일우를 주목받게 한 것이 있다면 몰래카메라였다. ‘무한도전’ 멤버들은 정일우의 응원단 오디션을 보기에 앞서 그의 마음을 떠보기 위해 몰래카메라를 계획했다. ‘무한도전’ 측과 미리 얘기를 한 매니저는 그에게 드라마 대본을 주며 드라마 촬영 때문에 ‘무한도전’을 할 수 없다고 말했고, 정일우는 “약속한 것을 지켜야 된다”며 거절했다.

“몰래카메라는 진짜 몰랐어요. 보시면 알겠지만 그 때 사실 기분이 안 좋았어요. 첫 촬영에 가는 길이었는데 매니저가 그 이야기를 했어요. 전 기본을 잘 지키자는 원칙을 갖고 있는 사람인데 첫 촬영 날 드라마 얘기를 하면서 못 한다고 하니까 어이가 없었죠. 이미 촬영을 한다고 해서 준하 형, 홍철이 형한테 전화도 다 받고 열심히 하겠다고 했었는데, 이렇게 못한다고 하면 제가 뭐가 되겠어요. 완전 ‘멘붕’이었어요. 그래서 촬영 중 재석이 형이 ‘드라마 얘기 하지 않았냐’고 했을 때도 전혀 눈치를 못 챘죠.”
몸치긴 하지만 열심히 노력하면 잘 할 수 있다는 걸 알기에 ‘무한도전’ 응원단에서도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다. 현재 정일우는 응원단 뿐 아니라 곧 있을 팬 미팅 투어를 준비 중이다. 팬들은 ‘황금무지개’ 촬영 때도 여러 번 촬영현장에 간식을 사오고 격려와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는 등 변함없는 사랑으로 감동을 줬다. 그 때문일까? "연애를 하고 싶다"고 하면서도 팬들이 연인 같다는 고백이 눈길을 끌었다.
"팬들 덕분에 늘 힘이 많이 났어요. 작품 할 때마다 응원해주셔서 몰입하고 최선을 다하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팬분들과 이제는 하나인 느낌이 들어요. 저를 보면서 즐거워하시고 좋아하면 힘이 나고 그런 게 있어요. 그래서 때론 연인 같기도 하고 가족 같기도 한 느낌이에요."
eujenej@osen.co.kr
스타케이엔터테인먼트, MBC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