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출루' 추신수, 텍사스 '삼고초려' 할 만했네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4.04.02 12: 24

"출루율 4할에 20홈런을 치는 톱타자는 정말 드물다."
텍사스 레인저스 외야수 추신수(32)에 대해 존 대니얼스 단장이 한 말이다. 리그 정상급 출루능력을 갖춘 선수가 장타력과 빠른 발까지 갖췄으니 톱타자로는 더할나위 없이 좋은 선수다. 때문에 텍사스는 지난 겨울 추신수 영입에 꽤 많은 공을 들였다. 대니얼스 단장은 추신수보다 그의 가족들에게 먼저 다가가 마음을 얻었고, 결국 추신수는 텍사스에 둥지를 틀었다.
대니얼스 단장은 FA 선수에게 장기계약을 주지 않기로 유명하다. 그럼에도 만 30세를 넘긴 외야수에게 총액 1억3000만달러 짜리 계약을 안겨준 이유는 분명하다. 추신수는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선수이기 때문이다.

추신수는 개막 2번째 경기에서 자신의 진가를 마음껏 드러냈다. 4번 가운데 3번 출루에 성공하면서 필라델피아를 거세게 압박했다. 전날 개막전에서 4타수 무안타 1볼넷으로 아쉬움을 남겼던 추신수는 곧바로 하루만에 텍사스가 자신에게 기대했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줬다.
추신수는 2일(이하 한국시간) 글로브 라이프 파크에서 벌어진 '2014 메이저리그' 필라델피아 필리스전에 좌익수 1번타자로 선발 출전해 3타수 2안타 2사사구(1볼넷, 1몸에 맞는 공)를 기록했다. 5번 가운데 4번이나 출루하면서 존재감을 유감없이 뽐냈다. 아직 2경기밖에 치르지 않았지만, 추신수 출루율은 벌써 5할(7타수 2안타 3사사구)이다.
1회 첫 타석에서 A.J. 버넷을 상대로 7구까지 가는 승부 끝에 중전안타를 치고 나갔다. 1번타자가 진짜 1번타자로 활약할 수 있는 건 선수타자로 나왔을 때다. 추신수는 1회 첫 공격부터 상대 선발투수로 하여금 많은 공을 던지게 해서 동료들에게도 공을 보여줬고 자신은 안타로 출루했다.
추신수는 3회 몸에 맞는 공으로 다시 1루에 나갔다. 번트자세를 취하다가 몸을 앞으로 내밀었는데, 버넷의 투구가 추신수 발쪽으로 날아왔다. 황급히 피했지만 공은 추신수 왼 발등을 직격했다. 잠시 고통스러워한 추신수는 툭툭 털고 곧바로 1루에 걸어나갔다.
5회 좌익수 뜬공으로 잠시 숨을 고른 추신수는 7회 다시 선두타자로 등장했다. 필라델피아는 좌투수 제이크 디크먼을 투입, 추신수 막기에 나섰지만 이를 비웃기라도 하는 듯 가볍게 밀어쳐 출루에 성공했다. 앤드루스의 번트, 필더의 땅볼로 3루까지 간 추신수는 벨트레의 동점 적시타 때 홈을 밟아 경기를 원점으로 돌렸다. 추신수의 출루에서부터 텍사스 공격 물꼬가 터졌다.
텍사스의 올 시즌 첫 승리도 추신수로부터 시작됐다. 9회말 추신수가 홀란즈로부터 스트레이트 볼넷을 골라 나갔고, 이후 앤드루스의 희생번트로 2루를 밟았다가 벨트레의 끝내기 안타 때 홈을 밟아 끝내기 득점을 올렸다.
텍사스가 추신수에게 바라는 건 이런 모습이다. 기본적으로 출루에 능하고 때때로 장타까지 터트린다. 이적 후 2번째 경기에서 추신수는 구단이 원하는 것을 정확하게 그라운드에서 펼쳐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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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브 라이프 파크(미국 텍사스주 알링턴)=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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