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1일 만우절. 한화가 거짓말 같은 폭풍 주루쇼를 펼치며 스피드 야구로 삼성을 당황시켰다. 그런데 8~9회 4점을 내주며 거짓말 같은 역전패를 당했다. 한화의 빛과 그림자가 여과없이 나타난 경기였다.
올해 한화의 가장 달라진 점은 주루다. 지난 1일 대전 삼성전에서 한화의 확 달라진 스피드 야구를 확인할 수 있었다. 1회 볼넷으로 출루한 정근우가 펠릭스 피에 타석에서 2루 베이스를 가볍게 훔쳤다. 시즌 2호 도루. 이어 김태균 타석에서 폭투가 나오자 재빨리 3루까지 진루했다. 득점으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삼성 선발 장원삼의 신경을 거슬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2회에는 발이 빠르지 않은 송광민과 이양기가 공격적 주루 플레이로 득점의 포문을 열었다. 이양기가 중전 안타로 출루한 뒤 송광민이 삼성 유격수 김상수의 글러브를 맞고 빠지는 중전 안타를 때렸다. 풀카운트 승부라 이미 스타트를 끊은 이양기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3루로 전력질주했다.

백업을 들어온 삼성 중견수 정형식이 3루로 송구하며 승부한 사이 타자 주자 송광민이 단숨에 2루로 파고 들었다. 한 베이스 더 가는 공격적인 주루 플레이로 단숨에 무사 2·3루 찬스를 만든 것이다. 전통적인 '느림보 군단' 한화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폭풍 주루쇼'에 대전구장 홈팬들이 들썩였다.
한화는 송광민과 이양기의 발야구로 만든 찬스에서 이용규의 중전 적시타로 선취점을 올린 뒤 피에의 2타점 적시타로 2회에만 3득점으로 기선제압했다. 7회에도 1사 후 중전 안타를 치고 나간 피에가 2루 도루를 시도했다. 결과는 아웃이었지만, 언제든 달릴 수 있다는 것을 상대의 머리에 심어줬다.
그러나 대전구장의 좋은 분위기는 끝까지 가지 않았다. 물음표가 붙어있던 유망주 유창식이 선발로 나와 6⅓이닝 4피안타 5볼넷 5탈삼진 2실점 역투를 펼쳤으나 불펜이 승리를 지키지 못했다. 5-2로 리드한 8회 김혁민-박정진이 주자를 한 명씩 남겨놓았고, 마무리 송창식이 김상수에게 2타점 3루타를 맞고 1점차로 쫓겼다. 결국 9회 1사 후에는 박석민과 최형우에게 연속 타자 홈런을 맞고 블론세이브와 패를 당했다.
송창식은 지난해 20세이브를 거두며 한화 뒷문을 든든히 지켰으나 전반기 연투와 긴 이닝으로 무리한 이후로 구위가 눈에 띄게 떨어졌다. 이날 최형우에게 맞은 결승 솔로 홈런은 직구였는데 구속이 134km에 불과했다. 장점인 제구마저 흔들려 한가운데 몰렸다. 송창식이 연속 홈런을 맞자 김응룡 감독은 그만 덕아웃에서 자리를 박차고 돌아섰다. 김혁민이라는 대안이 있지만 그 역시 마무리로는 아직 검증이 되지 않았다.
한화는 개막전 승리 이후 2연패를 당했는데 모두 5회까지 리드한 경기를 불펜에서 지키지 못한 역전패라 더욱 뼈아팠다. 폭풍 주루로 놀라운 스피드 야구를 장착한 한화이지만 불펜이 지금처럼 흔들리면 답이 없어진다. 홈 개막전에서 만우절 거짓말처럼 빛과 그림자를 모두 확인한 한화가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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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