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귀중한 승점 3점이다. 악조건 속에서 이룬 성과이기에 더욱 값지다. 포항 스틸러스가 4년 만에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16강 진출의 등불을 밝혔다.
포항은 2일 오후 중국 지난 올림픽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 4차전 원정 경기서 산둥 루넝을 4-2로 완파했다. 전반 고무열의 발리 선제골을 시작으로 후반 김태수의 페널티킥 추가골, 김승대의 추가골, 리우빈빈의 자책골에 힘입어 후반 막판 두웨이와 한펑이 2골을 만회하는데 그친 산둥에 완승을 거뒀다.
포항은 이날 승리로 승점 8점을 기록하며 단숨에 조 선두에 등극했다. 2경기를 남겨둔 상황에서 2위 세레소 오사카와 3위 산둥(이상 승점 5)에 3점 차로 앞서며 조별리그 통과의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사실 뚜껑을 열기 전 어려운 승부가 예상됐다. 가뜩이나 선수층이 얇은 포항은 본의 아니게 베스트 라인업을 가동하지 못했다. 공수의 주축 4명이 부상과 카드징계로 산둥 원정길에 오르지 못했다.
지난 시즌 포항의 최다골 주인공인 우측 날개 조찬호는 오른쪽 무릎 십자인대 파열로 전열에서 이탈했다. 중앙 수비수 김원일과 수비형 미드필더 김재성도 경고 누적으로 빠졌다. 앞서 산둥전서 레드 카드를 받은 우측 풀백 신광훈도 결장했다. 대신 문창진 손준호 등 어린 선수들이 중책을 맡았다. 악조건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산둥 원정 팬들의 열화와 같은 응원도 부담이었다.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포항은 특유의 스틸타카를 앞세워 차분히 경기를 풀어나갔다. 전반 중반까지 브라질 공격수인 알로이시우 산토스에게 위협적인 슈팅을 내주며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전체적으로 정돈된 모습을 보였다.
지속적으로 산둥의 골문을 노리던 포항은 전반 34분 기어코 선제골을 뽑아냈다. 상대 수비수 라이언 맥고완의 헤딩 실수를 놓치지 않았다. 문전에 있던 고무열이 논스톱 발리 슈팅으로 연결하며 산둥의 골망을 갈랐다. 후반 18분엔 김대호가 얻어낸 페널티킥을 김태수가 추가골로 연결시켰다.
8분 뒤엔 역습 상황에서 김승대가 골키퍼를 제치고 침착하게 오른발 추가골을 터트리며 사실상 승부의 쐐기를 박았다. 막판엔 행운까지 따랐다. 후반 38분 손준호의 감각적인 패스를 받은 이명주의 왼발 슈팅이 리우빈빈의 발에 맞고 그대로 산둥의 골문으로 빨려들어갔다. 산둥은 후반 막판 두웨이와 한펑이 만회골을 터트렸지만 이미 한참 늦은 뒤였다.
포항은 이날 승리로 지난 2010년 8강 진출 이후 4년 만의 조별리그 통과에 한걸음 다가섰다. 악조건을 이겨낸 강철 전사들이 통산 4번째 아시아 정상 등극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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