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든카드 한 장이 경기의 흐름을 뒤집었다. 이선구 감독이 꺼내든 '히든카드' 이숙자(34)가 벼랑 끝에 몰린 평택 GS칼텍스 Kixx에 반전의 불씨를 지폈다.
GS칼텍스가 2일 평택이충문화센터에서 열린 NH농협 2013-2014시즌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4차전 IBK기업은행과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1(27-25, 21-25, 25-21, 25-20) 승리를 거두며 다시 한 번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이날 GS칼텍스의 승리로 나란히 챔피언결정전 전적 2승 2패가 된 두 팀은 최후의 5차전에서 우승컵의 주인을 가리게 됐다.
이날 승리의 일등공신은 누가 뭐래도 베띠였다. 54득점을 기록하며 역대 챔피언결정전 남녀부 통틀어 최다득점기록을 경신한 베띠는 존재 자체로 압도적인 실력을 과시했다. 하지만 베띠의 뒤에는 이선구 감독이 뽑아든 히든카드 이숙자의 존재가 있었다.

이선구 감독은 챔피언결정전 2차전부터 이숙자를 기용했다. 지난해 여름 KOVO컵 도중 아킬레스건 파열이라는 큰 부상으로 인해 치료와 재활에 매진해야했던 이숙자는 올 시즌 마지막 라운드에서야 코트에 복귀할 수 있었다. 그러나 몸상태가 완전하지 않기 때문에 예전처럼 주전으로 나설 수는 없었다.
그러나 벼랑 끝에 몰린 운명의 4차전. 1세트 IBK기업은행에 끌려가는 양상이 계속되자 이선구 감독은 정지윤 대신 이숙자를 투입했다. 정대영, 배유나 등을 이용한 속공을 살리기 위해 이숙자를 투입한 이 감독의 판단은 정확했다. 복귀 이후 가장 오래 경기를 소화한 이숙자는 이날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숙자가 들어온 후 GS칼텍스의 분위기가 일변했고, 공격 루트가 다양해지자 IBK기업은행의 수비 집중력도 흩어졌다. 시즌을 통째로 쉬다시피 한 이숙자지만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춰온 동료들과의 신뢰는 여전했다.
경기 후 이숙자는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욕심 버리고 하자고 했는데 그게 잘 맞아들어가서 잘된 것 같다"며 승리를 자축한 이숙자는 "선수들과 같이 연습하지 않은 상태여서 감각이 떨어져있었다. 중요한 경기 앞두고 공을 많이 안만져서 불안했다"며 웃었다.
이숙자는 "지금까지 푹 쉬었기 때문에 체력적으로 힘든 것은 없다. 배구 20년 했어도 쉬다가 챔프전 와서 가장 많이 뛰다보니 긴장도 되더라. 하지만 팀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 것 같아 기쁘다"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
"안그래도 4차전 이기면 우리가 이길 것 같다고 선수들과 이야기했다"며 우승에 대한 욕심을 드러낸 이숙자가 과연 시리즈의 판도를 뒤흔들 '히든카드'로 결실을 맺을 수 있을까. 확실한 것은, 경험이 풍부한 이숙자의 투입으로 IBK기업은행을 흔든 이 감독의 '히든카드'가 시리즈를 5차전으로 끌고 갔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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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VO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