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욱(NC)과 고영민 등이 주전으로 떠오르기 시작한 이후 두산 베어스는 ‘육상부’라는 애칭을 얻었다. 몇몇 선수들을 제외하고는 전원이 쉴 새 없이 뛰며 상대 내야를 공략했기 때문이다.
이는 잠실구장을 홈으로 사용하는 두산에게 알맞은 공격법이었다. 장타 위주의 빅볼보다는 넓은 잠실구장을 활용한 2루타와 3루타 생산, 혹은 공격적인 베이스 러닝으로 한 베이스를 더 가는 것에 중점을 두는 동시에 내, 외야 수비를 강화해 실점을 최소화 하는 것이 잠실을 홈으로 쓰는 팀의 생존 방법이었다.
두산은 이러한 방법으로 지속적인 강팀으로 군림해왔다. 두산은 지난해에도 172개의 도루로 9개 구단 중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2위인 SK와 비교해도 28개나 많았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이종욱이 빠져나가기는 했지만 여전히 타선 전체가 빠르게 느껴진다.

이번 시즌 4경기를 치른 현재 가장 많은 도루를 기록한 것 역시 두산이다. 두산은 총 7개의 도루를 만들어냈는데, 오재원이 3개로 박찬도(삼성)와 함께 이 부문 1위에 올라 있고 민병헌과 정수빈이 2개로 리그 공동 3위에 랭크되어 있다. 3명의 선수가 2개 이상의 도루를 해낸 것은 두산이 유일하다.
넥센은 두산과 같은 4경기를 소화하고도 도루가 단 1개(서건창)다. 물론 박병호, 강정호 등 타선에 거포들이 즐비하기 때문에 무리해서 뛸 필요가 없다는 점도 한 몫을 하고 있지만, 그래도 두산 타선의 스피드를 새삼 깨닫게 하는 부분이다.
아시안게임을 향한 각오가 남다른 오재원과 1번 민병헌, 하위타선과 상위타선의 연결고리인 9번 정수빈은 이종욱이 떠난 두산 새 육상부의 핵심이다. 정수빈-민병헌-오재원으로 이어지는 9-1-2번 타순은 리그 전체에서도 가장 위협적인 도루 조합 중 하나다.
이들은 100도루를 합작할 능력이 충분하다. 오재원은 2011년 46개의 도루로 도루왕 타이틀을 거머쥔 것을 포함 3차례나 30도루를 돌파했다. 민병헌과 정수빈 역시 30도루 경험이 있고, 둘은 지난해 각각 27개와 23개의 도루로 50도루를 합작했다.
더 큰 강점은 이들에게만 의존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재 주전으로 나서지 않고 있지만 장민석은 두 자릿수 도루가 보장된 준족이다. 이외에도 고영민, 박건우, 퓨처스 도루왕 출신인 허경민까지 뛸 선수들이 언제든 대기하고 있다. 새로운 선수들이 추가된 두산의 새 육상부가 이종욱이 버티던 지난해 기록을 넘어 200도루까지 갈 수 있을지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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