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문 감독 시절부터 주목을 받은 두산 베어스의 '화수분 야구‘는 매년 새로운 스타를 배출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많은 선수들이 빠져나갔지만, 두산이 큰 걱정을 하지 않는 이유다.
아직 시즌 초반이라 두산표 화수분 야구의 계보를 이을 새 얼굴이 나오지는 않았다. 그러나 기존 선수들의 달라진 모습은 화수분 야구의 2차 효과라고 할만하다. 이러한 흐름을 대표하는 선수는 바로 지난 시즌 부침을 겪었던 주전 포수 양의지(27)다.
양의지는 벌써 2개의 타구를 담장 밖으로 넘긴 것을 포함 14타수 7안타로 상대 투수들을 위협하고 있다. 4경기에서 타점도 5개나 쌓았고, 1일 목동 넥센전에서만 무안타로 부진했을 뿐 나머지 3경기는 모두 멀티히트로 활약했다. 특히 2일 목동 넥센전에서는 홈런 포함 4타수 3안타 3타점으로 좋았다.

사실 지난 시즌은 양의지에게 좋은 기억은 아니었다. 주전으로 도약한 이후 매년 최소 119경기를 소화했던 양의지는 지난해 114경기 출장에 그쳤다. 타율도 .248로 풀타임 시즌을 처음 소화한 이후 가장 낮았고, 무엇보다 중요한 포스트시즌에서 주전 마스크를 최재훈에게 내줬다.
최재훈이 일약 스타덤에 오르는 과정을 지켜본 것은 양의지에게도 자극제가 됐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양의지는 남다른 각오로 준비해왔고, 그 결실을 스프링캠프부터 봤다. 팀의 사령탑인 송일수 감독도 “공수에서 양의지가 강민호에게 뒤질 것이 없다”며 양의지에게 자신감을 심어줬다.
최재훈이 어깨 수술을 받은 탓도 있겠지만, 양의지는 시즌 전부터 확실한 주전으로 낙점을 받았다. 두산 안방의 경쟁구도는 팀 내에서 가장 주목을 받았지만, 그 경쟁이란 백업 자리를 두고 하는 말이었다. 양의지는 누구도 의심하지 않는 확고한 주전이었다.
양의지는 이러한 팀의 기대를 시즌 초반부터 충족시키고 있다. 최재훈으로 인해 촉발된 긍정적인 시너지효과가 양의지를 변화시켰고, 최재훈이 돌아올 시점에 두산 안방은 ‘포수 왕국’이라는 명성답게 실전에서 당장 활용 가능한 수준급 포수를 여럿 갖게 된다.
두산의 화수분 야구는 2013 시즌 마운드에서 유희관, 홈플레이트에서 최재훈이라는 스타를 대표적으로 탄생시켰다. 그리고 이듬해인 올해 두산 안방에는 이로 인한 양의지의 각성이라는 2차적인 효과까지 일어났다. 두산의 화수분 야구는 올해도 계속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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