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민(28, 볼티모어)의 이름은 개막 로스터에 없었다. 하지만 낙담하고 앉아 있을 시간이 없다. 트리플A 레벨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좀 더 빠른 메이저리그(MLB) 데뷔가 가능하다. 생존경쟁 1라운드는 트리플A에서 이미 시작된 모습이다.
올해 볼티모어와 계약을 맺은 윤석민은 팀 내 산하 트리플A팀인 노포크에서 시즌을 시작한다.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계약이 늦어 몸을 확실하게 만들지 못했던 윤석민이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출전 시간이 제한적인 만큼 좀 더 많은 실전 경험을 쌓을 수 있는 무대가 필요했다. 두 번째는 보직 적응이다. 윤석민은 궁극적으로는 선발 진입을 노리고 있다. 볼티모어도 윤석민이 선발 자원으로 뛰어주길 원한다.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결정이다.
시범경기 2경기에서 3이닝 동안 1실점을 기록했던 윤석민은 가능성과 함께 트리플A에 왔다. 일단 노포크에서는 윤석민을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시키며 꾸준한 기회를 주겠다는 심산이다. 오는 4일(이하 한국시간) 일정을 시작하는 노포크는 5인 선발 로테이션으로 케빈 가우스먼(23), 스티브 존슨(27), T.J 맥파랜드(25), 윤석민, 마이크 라이트(24)를 예고했다. 큰 변수가 없는 이상 5명이 선발로 돌아가게 된다.

윤석민이 네 번째로 나선다고 해서 ‘4선발’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어차피 트리플A에서의 선발 순서는 그다지 의미가 없다. 먼저 좋은 성적을 내 먼저 MLB에 승격하면 그만이다. 여기에 윤석민은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다. 5명의 선수와 비교해 기량과 경험에서 밀릴 것이 없다. 다만 현지 적응의 문제가 남아있다. 이 문제를 빨리 풀수록 조기 승격 가능성은 높아진다. ‘콜업 0순위’라는 것을 확실하게 각인시켜야 한다.
현재 노포크의 선발 요원 중 윤석민과 직접적인 경쟁을 벌일 선수는 역시 개막전 선발로 예고된 가우스먼이다. 2014년 베이스볼아메리카가 선정한 볼티모어 팀 내 유망주 2위다. 현재 재활 중인 딜런 번디와 함께 MLB에 가장 가까이 있는 투수 유망주다. 지난해에는 MLB 20경기(선발 5경기)에 나가 3승5패 평균자책점 5.66을 기록했다. 팀에서는 선발 자원으로 키우고 있다. 윤석민과 비슷한 이유로 트리플A에서 시즌을 시작한다고 볼 수 있다.
존슨은 지난해 MLB에서는 불펜으로 뛰었으나 선발로도 1경기 나섰고 마이너리그에서는 13경기 중 11경기를 선발로 뛰었다. 유망주 소리를 들을 나이는 지나 스스로도 절박한 상황이다. 맥파랜드는 지난해 MLB에 데뷔해 불펜에서 38경기를 뛴 왼손 자원이다. 역시 팀에서는 선발 자원으로 보고 올해는 마이너리그에서 시즌을 시작하게끔 했다. 다섯 명 중 가장 어린 라이트는 아직 MLB 경력이 없으나 지난해 트리플A로 승격하는 등 단계를 밟고 있는 투수다. 팀 내 유망주 랭킹 8위다.
윤석민으로서는 이들 사이에서 얼마나 튀어나온 못이 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라이트를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은 MLB와 마이너리그 사이에 걸쳐 있는 선수들로 볼 수 있다. 이들을 제치지 못하면 MLB 승격도 멀어질 수밖에 없다. 최대한 몸 상태를 빨리 끌어올리고 미국 문화에 적응해 MLB에서 통할 수 있다는 경쟁력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다행히 윤석민이 못 넘을 산은 없다. 이제부터는 정말 스스로 하기에 달렸다. 윤석민의 첫 등판은 7일 오전 2시 5분에 열릴 샬럿 나이츠(시카고 화이트삭스 산하)전으로 예정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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