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간판스타 김태균(32)의 4살 된 딸 효린양은 지난 1일 한화의 대전 홈 개막전을 손꼽아 기다려왔다. 어린이 집에서도 친구들에게 "야구장에 간다"며 설레는 마음을 드러냈다.
그러나 홈 개막전을 다녀온 뒤 효린양은 침울해졌다. 평소 아빠의 응원가를 따라부르며 환한 웃음으로 반겨주던 효린양이 이날 따라 김태균의 몸 곳곳을 손으로 콕콕 찌르며 "아빠 괜찮아?"라고 꼬치꼬치 캐물으며 걱정한 것이다. 경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김태균도 평소와 다른 딸의 모습을 바라보며 속상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김태균은 "홈 개막전 날 아내와 딸이 야구장에 찾아왔다. 그런데 가족들 뒷자리에 앉은 관중들이 나에 대해 그렇게 욕을 했다고 한다. 입에 담지도 못할 욕설을 했다고 하더라"며 "딸도 이제 4살이라서 말을 알아듣고 분위기가 어떤지 알고 있다. 관중들이 내 욕을 많이 하니까 내가 어디 아픈 줄 알더라. 야구도 못했지만 그 때문에 더 속상했다"고 털어놓았다.

김태균은 볼넷 2개를 골라냈을 뿐 3타수 무안타로 침묵을 지켰다. 특히 5-4로 쫓긴 8회말 2사 만루 찬스에서 심창민에게 헛스윙 삼진을 당해 아쉬움을 남겼다. 결국 한화는 9회 2방의 홈런을 맞으며 5-6으로 역전패했고, 홈 개막전 승리를 기대한 팬들의 아쉬운 마음이 욕설로 나타났다.
오랜만에 가족들이 야구장 나들이에 나섰지만 끊이지 않는 욕설에 마음만 상했다. 김태균은 "내가 야구를 못해서 욕먹는 것은 상관없다. 하지만 야구 외적인 것으로 확인되지 않은 것들을 사실처럼 이야기하며 이상한 욕을 하는 건 정말 아닌 것 같다"고 이맛살을 찌푸렸다.
실제로 야구장 인프라는 과거에 비해 많이 개선됐지만 여전히 관중들의 야구장 문화는 성숙하지 못하다. 선수들은 물론 심판들에게도 원색적인 욕설이 난무하고 있다.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야구장은 '위험지대'인 것이다.
김태균은 "딸이 야구를 많이 좋아한다. 야구장에도 자주 오고 싶어한다"면서도 "앞으로는 야구장에 오지 못하게 해야 할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개막 4경기에서 16타수 3안타 타율 1할8푼8리 2타점에 그치고 있는 김태균에게는 타격 부진보다 더 속상한 일이었다. 일부 몰상식한 관중들의 욕설 문화에 야구장이 멍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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