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규(23, LG)가 중요한 무대에서 자신을 믿지 못했다. 결과는 LG의 패배로 이어졌다.
창원 LG는 2일 오후 7시 창원실내체육관에서 벌어졌던 울산 모비스와의 2013-2014시즌 KB국민카드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이하 챔프전) 1차전에서 74-77로 무릎을 꿇었다. 숨 돌릴 틈도 없이 양 팀은 3일 같은 장소에서 2차전을 치른다. 3차전부터 5차전까지는 울산으로 장소를 옮긴다.
LG는 얼마든지 기회가 있었다. 1쿼터 13점을 밀렸던 LG지만 기세가 오르자 가볍게 역전을 했다. 문제는 쉽게 뜨거워진 만큼 빨리 차갑게 식었다는 점이다. 특히 김종규가 위축된 면이 크게 작용했다. 함지훈의 적극적인 포스트 공략에 김종규는 4쿼터 4파울에 걸렸다. 챔프전같이 중요한 무대서 퇴장당하면 안 된다는 강박관념이 김종규의 발목을 잡았다.

함지훈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소극적인 김종규를 집중 공략했다. 포스트업과 훅슛을 무기로 함지훈은 4쿼터 6점, 4어시스트를 올렸다. 김진 감독은 김종규에게 “4파울이라고 위축되지 말고 정상적으로 수비해라. 파울이 나와도 상관없다. 네가 위축되니까 함지훈이 더 1 대 1을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수비가 안 되면서 공격도 영향을 미쳤다. 경기 종료 1분 30초를 남기고 LG가 72-75로 쫓는 상황. 김종규는 사이드에서 완벽한 오픈 점프슛 기회를 잡았다. 유재학 감독이 인정할 정도로 김종규의 점프슛은 시즌 후반부로 갈수록 정확한 적중률을 자랑했다.
하지만 김종규는 로드 벤슨과 함지훈, 양동근이 버틴 골밑으로 무리하게 돌진해 덩크슛을 시도했다. 결과는 벤슨의 깨끗한 블록슛이었다. 4강 4차전 막판에 나온 김선형의 덩크슛 불발이 자신감의 표출이었다면, 김종규의 시도는 자신의 점프슛을 믿지 못한 결과였다.
LG선수들 전체가 마찬가지였다. 승부처에서 지나치게 데이본 제퍼슨(27점, 9리바운드)만 쳐다봤다. 노련한 모비스 선수들도 모를 리 없었다. 결국 종료 40초를 남기고 던진 제퍼슨의 점프슛은 다시 벤슨에게 가로막혔다. 여기서 경기는 끝났다.
9점, 4리바운드에 그친 김종규는 함지훈(18점, 6어시스트)과의 첫 대결에서 완패를 당했다. 김종규는 함지훈을 10점 이하로 막겠다던 선전포고의 대가를 톡톡히 치렀다. 김종규가 지금처럼 부진할 경우 LG는 승산이 없다. 김종규는 지금까지 자신이 흘린 땀을 믿고, 1차전 패배의 기억을 빨리 씻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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