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희 전북 현대 감독의 선수들에 대한 신뢰, 그리고 선수들의 승리 의지가 수적 열세에 처해 있던 전북에 승리를 안겼다.
최강희 감독이 지휘하는 전북은 2일 전주월드컵경기장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G조 4차전 광저우 에버그란데(중국)와 홈경기서 1-0으로 승리를 거뒀다. 전북은 광저우와 함께 2승 1무 1패(승점 7)를 기록했지만, 두 팀 간의 득실차에서 밀려 조 2위에 머물렀다. 전북은 지난 3차전 원정경기서 1-3으로 패배한 바 있다.
광저우와 전반전 동안 대등한 경기를 펼쳤던 전북은 후반 들어 경기의 흐름을 가져오며 우위를 잡기 시작했다. 그러나 후반 21분 정혁이 경고 누적 퇴장을 당하면서 위기에 처했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광저우가 좀 더 앞선다는 평가가 있는 만큼 전북으로서 수비적인 운영을 펼쳐야 할 것인지 고민이 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최강희 감독은 선수 교체 사인을 내지 않았다. 기존에 있던 선수들을 그대로 믿었다. 단지 공격형 미드필더에 배치됐던 이재성을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었던 정혁의 자리로 내리는 정도의 변화를 주기만 했다.
"정혁의 퇴장은 분명 분수령이 맞았다"고 밝힌 최 감독은 "퇴장이 변수가 될 수 있었지만 신뢰를 가지고 있었다. 전반전이 의도한대로 흘러간다고 생각했고, 진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면서 "이재성이 좋은 모습을 보인 만큼 김남일과 수비를 하면서 역습을 노렸다. 선수들도 지난 원정경기에서 졌지만 오히려 자신감을 가졌고, 잘 할 수 있다는 공감대를 형성했었다"고 말했다.
최강희 감독의 신뢰는 선발 라인업에서도 드러났다. 레오나르도를 선발로 기용한 것. 체력과 수비력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 레오나르도는 평소 선발보다는 교체 멤버로 활약했다. 그러나 최강희 감독은 선발로 레오나르도를 내세웠고, 상대 측면 수비수들의 오버래핑을 완벽하게 저지하라는 주문을 레오나르도에게 내렸다.
레오나르도는 최강희 감독의 기대에 보답했다. 레오나르도는 상대 오른쪽 측면 수비수인 메이팡의 오버래핑을 완벽하게 저지했다. 메이팡은 레오나르도에게 막혀 좀처럼 효과적인 크로스와 오버래핑을 선보이지 못했고, 후반 39분 펑쥔양과 교체됐다.
최 감독은 "레오나르도가 수비적인 면에서 팀에 어려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오늘 만큼은 완벽하게 했다. 수비 임무를 잘해줬고, 결승골도 넣어서 승리할 수 있었다"며 "레오나르도가 다른 어떤 경기보다 의지를 보였고, 높은 집중력을 선보였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다른 선수들의 승리에 대한 의지도 남달랐다. 전북은 후반전 점유율에서 광저우에 밀리는 모습을 보였지만, 슈팅 횟수에서는 9-1로 압도했다. 한 명이 부족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광저우의 슈팅 횟수는 터무니 없이 적다. 그만큼 전북 선수들이 광저우에 공간을 내주지 않기 위해 한 발을 더 뛰며 강한 압박을 펼쳤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선수들과 함께 꼭 이기고 싶은 경기였다"고 말한 최 감독은 "선수들과 많은 이야기를 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어떻게 해서든 이겨야 한다는 생각이 반영된 것 같다. 선수들이 10명이서 싸웠음에도 이기고자 하는 투혼을 펼쳐 승리할 수 있었다. 선수들에게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면서 "축구 경기가 비싼 선수 한 두 명과 스타 선수로 (승부를) 결정지을 수도 있지만, 충분히 집중력과 조직력 등으로 승부를 낼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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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