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외국인 타자 야마이코 나바로(26)가 '유틸리티 거포'로 뜨고 있다. 삼성의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틸쓴 브리또 느낌이 물씬 풍긴다.
나바로는 지난 2일 대전 한화전에서 3회 선제 투런 홈런을 터뜨리는 등 3타수 2안타 2타점 1볼넷으로 활약했다. 1회 첫 타석부터 한화 선발 앤드루 앨버스의 직구를 받아쳐 좌전 안타를 터뜨리더니 3회 가운데 몰린 120km 체인지업을 공략해 좌월 투런 홈런을 쏘아올렸다.
이날 경기에서 나바로가 돋보인 건 타격 뿐만이 아니었다. 수비도 2루수 외에 유격수까지 소화했다. 7회부터 2루수에서 유격수로 옮긴 나바로는 8회 송광민의 타구를 백핸드로 잡아 병살타로 연결시켰다. 군더더기 없는 수비 동작에서 안정감을 느낄 수 있었다.

나바로는 미국에서 내야와 외야를 두루 소화한 유틸리티 플레이어였다. 메이저리그에서 4시즌 동안 69경기를 뛰며 유격수 22경기, 3루수 22경기, 2루수 12경기, 좌익수 11경기, 우익수 2경기에 기용됐다. 마이너리그에서는 449경기를 유격수로 뛰었다.
삼성에 처음 왔을 때도 타격보다는 이 같은 수비력이 더욱 주목받았다. 배영섭의 군입대와 조동찬의 부상으로 중견수와 2루수 자리가 비어 있었는데 류중일 감독은 주전 2루수로 나바로를 낙점했다. 상황에 따라 유격수로도 뛰며 혹시 모를 경우에 대비하고 있다. 강한 어깨와 부드러운 핸들링을 자랑한다.
그런데 기대이상으로 타격도 매섭다. 4경기에서 16타수 4안타로 타율은 2할5푼이지만 홈런 2개에 6타점을 올리며 도루도 1개 기록 중이다. 주자가 있을 때 타율 4할2푼9리 2홈런으로 강하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찬스에서 장타력을 바탕으로 해결 능력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류중일 감독은 부임 때부터 강한 2번타자론 강조해왔다. 나바로는 2번 타순에서 힘 있는 타격으로 언제든 득점으로 연결할 수 있다. 공을 오래 보고 출루에 중점을 두는 전형적인 테이블세터와는 거리가 멀지만 자신만의 특화된 장점을 잘 살리고 있다.
보통 외국인 타자들의 포지션은 1루수와 외야수가 주를 이루고 있다. 나머지 포지션 중에서 가장 큰 성공사례라면 틸슨 브리또를 들 수 있다. 2002년 삼성에서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그는 날카로운 타격과 안정된 수비로 삼성-SK-한화를 거치며 6시즌을 활약했다. 2002년 25홈런을 터뜨리는 등 6시즌 동안 통산 홈런 112개로 장타력을 과시했다.
나바로도 브리또와 닮은 점이 많다. 센터라인을 책임지며 수비의 비중이 크고, 일발 장타력을 갖췄다는 점에서 그렇다. 기대이상으로 빠른 적응력은 덤이다. 과연 나바로가 제2의 브리또가 될 수 있을까. 지금까지 기세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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