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손남원의 연예산책] KBS 아나운서들이 2일 여의도 KBS 신관 로비에서 시위를 벌였다. 회사가 프리랜서 방송인 전현무와 브라질 월드컵 중계 관련 협의를 가진 사실이 알려지면서 강력한 반대 의사를 밝힌 것이다. 말 그대로 '전현무 중계 반대 시위'다. 이게 과연 합당한 일이고 명분을 세울 수 있는 시위였을까.
KBS는 공영방송이다. 국민의 시청료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방송국이다. 보고 싶은 사람만 내는 시청료도 아니고 강제 징수다. 세금이나 다름없다. 따라서 KBS 사측의 전현무 영입 시도가 명백히 국민의 이익에 반하거나 알 권리를 침해하는 처사였다면 이번 시위를 바라보는 시선이 따가울 이유가 없다. 사실이 그렇지 않으니까 문제다.
KBS 아나운서들과 양대 노조가 이번 시위의 기치로 내세운 명분은 '퇴사한 아나운서는 3년간 자사 프로그램에 출연을 제한한다'는 자체 규정이다. 하지만 소속 아나운서의 자유로운 활동이나 전직, 또는 프리랜서 전향을 옥죄는 이런 규정 자체가 다분히 반노조적이고 개인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지는 않은지 묻고 싶다.

전현무가 아나운서실 소속으로 KBS 각종 예능프로에서 MC나 게스트로 출연해 맹활약하던 시절, 예능국 일부 제작진들은 그의 활동 영역에 제동을 거는 듯한 아나운서실의 보수적인 방침에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회사를 위해 열심히 뛰는 데 잘 한다고 칭찬은 못할망정 쪽박을 깨진 말아달라는 식이었다.
예능 프로 출연이란 과외 활동을 할 때 방송사 소속 아나운서들은 약간의 수당만 챙긴다. 그렇다고 아나운서 근무에서 빠지는 건 아니다. 아나운서실 소속으로 해야될 업무를 함께 챙겨야되는 경우가 잦다. 그런데 같은 프로에 출연하는 연예인들은 회당 많게는 수 백만원 출연료를 챙기고 개인 일정도 여유롭다. '나는 평생 아나운서만 하겠다'식으로 천직 의식이 확고한 이가 아니라면 당연히 퇴사 후 자유 직업 선택의 유혹에 빠질수 밖에 없는 배경이다.
그래서 MBC 출신 방송인 김성주 이후로 예능끼를 가진 아나운서들의 프리랜서 전향은 방송가에서 거스르기 힘든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물론 프리를 선언한 대가는 이번 전현무의 경우처럼 혹독하고 매섭다. 그나마 전현무는 선배인 김성주가 수 년동안 가시밭길을 걸으며 여론의 향방을 돌려놓은 다음 차례여서 고통이 덜한 편이다.
차라리 '올림픽이나 월드컵 등 초대형 스포츠 경기의 중계 경험이 거의 없는 전현무를 브라질 월드컵 중계에 영입하는 건 KBS나 시청자에게 도움이 안된다'는 이슈만을 시위의 간판으로 내걸었다면 어땠을까. '퇴사 후 3년간 자사 프로 출연금지'라는, 자칫 아나운서들의 밥그릇 지키기로 오해를 살만한 규정을 이번 시위의 기치로 내세우는 건 정말 시대 역행 아닌가 싶다.
[엔터테인먼트 국장]mcgwir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