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의 세계에서 아름다운 패자란 없을지도 모른다. 아무리 아름답게 포장해도 패자는 패자이며, 모든 영광은 승자의 몫이다. 그러나 패배의 좌절과 아픔 속에서도 문성민(28, 현대캐피탈)의 첫 번째 챔피언결정전 활약은 반짝반짝 빛났다.
삼성화재가 전통의 라이벌 현대캐피탈을 완파하고 7연패(통산 8번째 우승)와 함께 3시즌 연속 통합 우승의 위업을 달성했다. 삼성화재는 3일 오후 천안유관순체육관서 열린 NH농협 2013-2014시즌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 4차전 원정 경기서 현대캐피탈을 세트스코어 3-0(25-18, 25-22, 25-22)으로 완파했다.
승자는 삼성화재였지만, 챔피언결정전의 또 한 명의 숨은 주인공은 문성민이었다. 독일 생활을 접고 2010-2011시즌 현대캐피탈에 입단한 문성민은 선수 생활 처음으로 밟아본 챔피언결정전 무대에서 올 시즌 최고의 성적을 올리며 현대캐피탈의 분투를 이끌었다.

지난해 6월 월드리그에 출전한 문성민은 첫 경기인 일본전에서 왼쪽 무릎 전방십자인대가 파열되는 부상을 당했다. 문성민 본인은 물론 2013-2014시즌 우승을 위해 시즌 전부터 의욕을 불사르고 있던 현대캐피탈로서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이었다.
문성민이 복귀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최소 6개월. 그 기간 동안 문성민은 치료와 재활에 몰두하며 와신상담했다. 그리고 길고 길었던 6개월 후, 지난해 12월 29일 러시앤캐시전에서 교체투입돼 복귀한 문성민은 이후로 꾸준히 페이스를 끌어올리며 팀의 우승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치열한 추격전 끝에 정규리그 우승은 아쉽게 삼성화재에 넘겨줬지만, 챔피언결정전에서 우승을 차지하겠다는 각오는 문성민을 더욱 자극했다. 1차전서 아가메즈가 예상치 못한 부상을 당하며 모두가 삼성화재의 완승을 예상했을 때, 반격의 효시를 쏘아올린 선수 역시 문성민이었다.
이후로도 문성민은 순도 높은 활약으로 현대캐피탈의 공격을 이끌었다. 챔피언결정전만을 바라봐온 듯 절정의 컨디션을 자랑한 문성민은 1차전 19득점(공격 성공률 60%) 2차전 24득점(공격 성공률 58.97%) 3차전 12득점(공격 성공률 66.67%)으로 제 기량을 마음껏 펼쳤다.
김호철 감독도 "문성민은 제 역할을 다해주고 있다"며 문성민의 활약을 칭찬했다. 벼랑 끝에 선 4차전에서도 "아가메즈가 35득점, 문성민이 20득점 이상 해주면 가능성이 있다"며 기대감을 보이기도 했다. 이날 문성민은 김 감독의 기대에 거의 근접한 19득점(블로킹 2개 포함)을 올리며 활약했다.
그러나 승리의 여신은 이번에도 삼성화재의 손을 들어줬다. 2009-2010시즌 이후 4년 만의 챔피언결정전 무대에서 2006-2007시즌 이후 7년 만의 우승을 노렸던 현대캐피탈의 꿈도, 부상에 발목잡힌 기억을 우승으로 털어내려던 문성민의 꿈도 좌절됐다. 하지만 토종 에이스로서 면모를 과시하며 현대캐피탈의 희망을 쏜 문성민의 활약은 충분히,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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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