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장들의 대결은 치열했고, 다시 부활한 전통의 라이벌전은 뜨거웠다. 지난 6년간 이어져 온 챔피언시리즈 드라마의 엔딩은 바뀌지 않았지만, 신치용과 김호철이라는 두 명장의 대결은 그 자체로 명승부가 됐다.
삼성화재가 전통의 라이벌 현대캐피탈을 완파하고 7연패(통산 8번째 우승)와 함께 3시즌 연속 통합 우승의 위업을 달성했다. 삼성화재는 3일 오후 천안유관순체육관서 열린 NH농협 2013-2014시즌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 4차전 원정 경기서 현대캐피탈을 세트스코어 3-0(25-18, 25-22, 25-22)으로 완파했다.
올 시즌 최후의 챔피언을 가리는 챔피언결정전. 5전 3선승제의 시리즈 시작은 삼성화재에 불리하게 흘렀다. V리그가 출범한 2005년 이후 9시즌 동안 챔피언결정전 1차전에서 승리한 팀이 우승하지 못한 경우는 단 한 번뿐이었다. 돌아오지 않은 경기 감각, 리베로 이강주의 부진, 11.1%의 최악의 확률로 시작한 시리즈였지만 내리 3연승을 거두며 삼성화재를 우승하게끔 한 '운명의 터닝포인트'는 어디였을까.

김호철 현대캐피탈 감독과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 모두 2차전 2세트를 시리즈 전체의 흐름을 바꿔놓은 순간으로 꼽았다. 아가메즈의 부상에도 불구하고 1차전을 따낸 현대캐피탈의 기세는 2차전까지 이어지는 듯 했다. 첫 세트를 따낸 현대캐피탈은 2세트 팽팽한 시소 게임을 펼치다 듀스를 거듭하며 33-33까지 접전을 이어갔다. 그러나 33-33 상황에서 아가메즈의 공격 2개가 연달아 범실로 연결되며 결국 35-33으로 패했고, 여기서부터 4세트를 내주고 9세트를 챙겨오는 삼성화재의 대역전극이 시작됐다.
김호철 감독은 "2차전에서 결정적인 승부수가 나왔어야한다. 그런데 2세트에서 상대에게 말린 것이 전체적인 흐름을 바꾸지 않았나 싶다"며 "2차전에서도 첫 세트 이기면서 충실히 갔어야한다. 하지만 2세트가 무너지면서 어려워졌다. 2차전 2세트를 이겼다면 다른 양상이 되지 않았을까"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신치용 감독 역시 "듀스 상황에서 2세트 넘어갔으면 (시리즈가)다 넘어가는 거였다. 2차전 2세트를 잘 넘긴 것이 오늘의 결과로 돌아왔다"며 운명의 순간을 잡아낸 기쁨을 만끽했다.
costball@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