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참골단'은 LG의 몫이었다. 작은 것을 내주고 큰 것을 취한 LG의 승리였다.
육참골단(肉斬骨斷). '자신의 살을 베어 내주고, 상대의 뼈를 끊는다'는 말이다. 비장한 각오가 필요했다. 1차전을 내주며 불안함이 컸던 LG는 2차전서 의외의 전술로 경기를 펼치며 승리를 차지했다.
김진 감독이 이끄는 창원 LG는 3일 창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3-2014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2차전서 데이본 제퍼슨의 활약에 힘입어 78-72로 승리했다. 이로써 LG는 1승을 만회하며 1승 1패로 챔프전 전적을 원점으로 돌렸다.

모비스는 1차전서 LG의 에이스 데이본 제퍼슨에게 27점, 9리바운드, 3어시스트를 내줬다. 문태종에게는 14점, 3리바운드, 5어시스트를 허용했다. 하지만 승리했다. 중요한 것은 다른 선수들에게는 기회를 내주지 않았다.
2차전에 임하기전 유재학 감독은 1차전과 같은 경기 운영을 펼칠 것이라고 예고했다. 줄 것은 주겠지만 큰 것은 내주지 않겠다는 것. 유 감독은 "제퍼슨에게 많은 득점을 내주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경기 능력을 보니 정말 대단했다"면서 "문태종에게는 외곽을 내주지 않으면 된다. 골밑으로 들어올 때는 무섭지 않다. 2점은 내줘도 괜찮다. 그러나 3점은 안된다. 1차전서도 2개밖에 시도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유재학 감독의 말처럼 문태종은 1차전서 2개의 3점을 시도했다. 그러나 성공은 1개 밖에 하지 못했다. 하지만 3점 성공이 문제가 아니었다. 슈팅 기회를 주지 않는 것이 중요했다.
문태종은 내외곽을 가리지 않고 득점을 터트릴 수 있는 선수다. 그만큼 능력이 뛰어나다. 특히 추격이나 도망갈 때 3점슛을 터트릴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 하지만 유재학 감독은 문태종의 장점을 없애겠다는 의지였다. 3점슛을 시도하지 않고 골밑에서 득점을 내주면 경기를 쉽게 풀어갈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이날은 완전히 달랐다. 오히려 LG가 작은 것을 내주고 큰 것을 취하겠다는 의지였다. 함지훈에게 제퍼슨 수비를 맡겼고 김종규는 로드 벤슨이 수비했다. 그 결과 분위기는 완전히 바뀌었다. 함지훈이 외곽에서 3점포를 터트리더라도 유리한 것은 LG라는 입장이었다.
물론 함지훈은 3점슛을 터트리기도 했다. 하지만 주춤할 수밖에 없었다. 모비스 유재학 감독도 그 부분에 대해 동의했다. 경기 후 유 감독은 "함지훈이 자신있게 외곽슛을 던져야 했다. 주춤거리면서 경기 주도권을 내줄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부담이 커졌고 승리를 내줬다"고 말했다.
결정적인 순간에 기회를 잡은 것은 LG. 모험적인 수비였지만 정확하게 맞아 떨어졌다. 작은 것을 내주고 큰 것을 얻겠다는 '육참골단'은 LG의 몫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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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