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대전 삼성화재가 전통의 라이벌 천안 현대캐피탈을 완파하고 7연패와 함께 3시즌 연속 통합 우승(정규리그+챔프전 우승)의 금자탑을 쌓았다. 삼성화재는 지난 3일 천안유관순체육관서 열린 NH농협 2013-2014시즌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 4차전 원정 경기서 현대캐피탈을 세트스코어 3-0(25-18, 25-22, 25-22)으로 완파하고 정상에 올랐다.
이로써 삼성화재는 한국프로츠 역사를 새로 썼다. 시리즈 전적 3승 1패를 기록하며 여자 프로농구 안산 신한은행(2006-2007시즌~2011-2012 6시즌 연속 통합 우승)의 대기록을 넘어 한국 프로스포츠 역사상 처음으로 7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또 통산 8번째 우승과 함께 3시즌 연속 통합 우승도 일궜다. 당분간 깨지지 않을 전무후무한 기록이다.

악조건 속에 거둔 성과이기에 더욱 값지다. 삼성화재는 올 시즌 '배구도사' 석진욱이 은퇴하고 '월드 리베로' 여오현이 라이벌 팀인 현대캐피탈로 이적했다. 설상가상 시즌 도중 2대2 트레이드를 단행하며 삼성화재가 자랑하는 수비 조직력에 구멍이 생겼다. 때문에 삼성화재의 통합 우승을 예상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조차 4차전을 앞두고 "정규리그에서 우승할 줄 몰랐다"고 고백했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버텼다. 가빈 대신 데려온 레오가 지난 시즌 최고의 외국인 선수 바톤을 이어받아 통합 우승을 이끌었던 것처럼 올 시즌도 똑같았다. 레오는 정규리그 1084득점, 공격 성공률 58.57%로 2년 연속 이부문 1위를 지키며 한결같은 활약을 펼쳤다. 챔프전서도 1차전을 제외하곤 제 기량을 모두 발휘하며 우승의 일등공신 노릇을 했다. 2년 연속 챔프전 MVP도 그의 몫이었다.
가장 큰 고민거리였던 여오현의 빈 자리는 올 시즌을 앞두고 영입한 이강주가 꿰찼다. 산전수전을 다 겪은 여오현의 노련미에는 못 미쳤지만 '차세대 리베로' 이강주의 젊은 혈기와 무한한 성장 가능성은 우승에 큰 힘을 보탰다. 생애 첫 챔프전. 부담감을 이겨내지 못하고 1, 2차전서 부진했다. 하지만 시리즈의 향방을 갈랐던 3, 4차전서 55%가 넘는 리시브 성공률을 기록하며 승리를 이끌었다.
주포가 떠나고, 든든한 방패막이 라이벌 팀으로 옮겼지만 삼성화재는 흔들리지 않았다. 도리어 하나로 똘똘 뭉쳤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버텨낸 값진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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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