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자트는 잊어요…추신수, 앤드루스와 '찰떡궁합'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4.04.04 06: 20

최근 야구 흐름은 2번 타자의 역할을 중요시한다. 전통적으로 2번 타자는 작전수행능력이 우수하고 컨택능력이 뛰어나 선행주자의 진루를 돕는 게 중요하다. 2번 타자가 타격능력까지 갖춘다면 그 팀의 득점력은 훨씬 강해질 수 있다.
작년 신시내티에서 2번 타순은 '구멍'이었다. 시즌 타율은 2할2푼8리, 출루율도 2할8푼1리에 그쳤다. 거기에 병살타는 모든 타순 가운데 가장 많은 21번이 나왔다. 허약했던 2번 타순 때문에 더스티 베이커 감독은 2번 타자에게 많은 희생번트 지시를 내렸다. 게다가 작년 신시내티 2번 타자는 단 한 번도 고의4구를 받지 못했는데, 이는 투수 자리인 9번 타자와 동률이다. 쉽게 말해서 작년 신시내티 2번은 상대 투수들에게 휴식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신수는 작년 107득점을 올리며 데뷔 후 가장 많은 숫자를 기록했다. 이는 2번 타자가 도와줬다기 보다는 뒤에 있던 조이 보토나 브랜든 필립스, 제이 브루스가 좋은 활약을 펼친 덕분이다. 주로 2번 타자로 나섰던 '등번호 2번' 잭 코자트의 2013년 성적은 타율 2할5푼4리 OPS .665였다.

작년 추신수의 총 출루 횟수는 250번. 만약 2번 타자가 좀 더 좋은 활약을 보여줬다면 득점은 107점보다 많았을 것이다. 리그 1위였던 맷 카펜터(세인트루이스)의 126개를 뛰어넘어 1위에 올랐을 가능성도 있다. 득점은 타자 능력을 평가하는 잣대가 될 수 없지만, 팀 공격력을 설명하기에는 충분히 훌륭한 도구가 된다. 즉 작년 신시내티는 추신수의 능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과연 올 시즌은 어떨까. 텍사스 부동의 2번 타자는 앨버스 앤드루스다. 메이저리그에서 희생번트를 가장 즐겨하는 론 워싱턴 감독 야구의 핵심 멤버중에 한 명이다. 주전 톱타자로 출전하는 추신수는 앤드루스와 테이블세터로 호흡을 맞추게 된다.
비록 3경기지만 추신수와 앤드루스의 호흡은 나쁘지 않다. 일단 추신수가 나가면 앨버스는 높은 비율로 추신수를 2루에 보냈다. 2일(이하 한국시간) 필라델피아 필리스전에서 추신수는 5번 모두 톱타자로 타석에 서 4번 출루에 성공했다. 그리고 앤드루스는 추신수를 모두 2루까지 보냈다. 1회에는 내야땅볼로 진루타를 쳤고, 3회에는 중전안타를 치고 나가 추신수를 2루에 보냈다. 또한 7회와 9회에는 희생번트를 성공시켜 역전승의 발판을 놨다.
3일 경기도 마찬가지다. 1회 추신수가 안타를 치고 나갔을 때 앤드루스는 좌전안타로 호흡을 맞췄다. 때마침 상대 좌익수 실책이 나오면서 추신수는 3루를, 앤드루스는 2루를 밟았다. 비록 득점에는 실패했지만 둘의 호흡은 찰떡궁합이었다. 1루에 있던 추신수는 도루를 시도했고, 추신수를 막기 위해 유격수가 2루에 커버를 들어가는 사이 앤드루스가 3-유간을 빠져나가는 타구로 안타를 기록했다. 만약 추신수가 뛰지 않았다면 병살로 이어질 수도 있는 타구였다.
사실 이 장면은 계산된 장면이었다. 경기가 끝난 뒤 추신수는 "(타석에 있는 앤드루스와) 서로 사인을 주고받았다. 내가 뛴다는 신호를 보냈다"고 말했다. 텍사스에서도 추신수는 벤치 사인 없이 언제든지 뛸 수 있는 '그린라이트'를 받았다. 추신수는 앤드루스에게 자신이 뛰겠다고 사인을 보냈고, 앤드루스는 가볍게 3-유간으로 타구를 보내 안타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정상 수비위치였으면 아웃이 됐을 타구, 두 사람이 만들어낸 안타나 마찬가지다.
이처럼 작전수행능력이 우수한 앤드루스는 올 시즌 추신수의 득점을 최대한 도와줄 도우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제 3경기를 했지만 추신수는 벌써 2득점을 기록하며 팀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
cleanupp@osen.co.kr
글로브 라이프 파크(미 텍사스주 알링턴)=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