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B '시프트의 덫', 추신수 선택은 정면돌파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4.04.04 07: 28

수비 시프트에 대처하는 타자들의 선택은 각양각색이다. '반드시 그 곳을 뚫고 말겠다'라는 각오로 오히려 수비가 밀집되어 있는 곳으로 타구를 보내는 강행돌파 유형이 있고, 수비수가 없는 곳으로 슬쩍 타구를 보내 진루하는 꾀돌이도 있다.
첫 번째 케이스의 대표적인 선수는 바로 전설적인 강타자 테드 윌리엄스다. 좌타자 윌리엄스는 극단적으로 당겨치는 선수였다. 또한 타구를 멀리 보내기 위해 언제나 어퍼스윙을 고집했다. 때문에 윌리엄스 타구는 우측으로 향하는 것이 대다수였다.
이에 클리블랜드 감독이었던 루 부드로는 윌리엄스를 상대로 특별히 고안한 '부드로 시프트'를 내놨다. 부드로 시프트는 외야 좌측은 좌익수 한 명에게만 맡기고 야수들을 대부분 오른쪽으로 옮긴 것이다. 그럼에도 윌리엄스는 줄기차게 당겨쳤다. 그 가운데 간혹 타구가 왼쪽으로 향해 그라운드 홈런이 나오긴 했지만 윌리엄스는 타격폼을 바꾸지 않았다. 자신의 저서 '타격의 과학'에서 윌리엄스는 "그런 식으로 해서는 안타를 칠 수 있을지 몰라도 홈런은 절대 안 나온다. 수비수가 있는 곳으로 빠르고 강한 타구를 날리면 된다"고 말했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한국 프로야구를 호령했던 강타자 페타지니 역시 당겨치기를 즐겨하는 좌타자였다. 때문에 그를 상대하는 팀은 수비수들을 그라운드 오른쪽으로 옮겨놓는 시프트를 애용했다. 내야에서는 3루수를 유격수 자리로, 유격수를 2루 베이스로, 2루수를 1-2루 사이로, 1루수를 1루 베이스에 딱 붙여놓는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페타지니는 이에 '3루 쪽으로 기습번트를 댈 것'이라고 농담삼아 말했는데 정말로 실행했다. 간혹 페타지니는 기습번트를 시도해 상대 내야진을 휘저어놨다. 거포 페타지니가 기습번트를 시도할 것은 쉽게 예상하기 힘들었고, 그는 유유히 1루를 밟았다.
양쪽 모두 장단점이 있다. 수비 시프트를 할 때 일부러 빈 곳으로 타구를 보내는 건 자칫 타격폼에 혼란을 줄 수도 있는 위험한 시도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선수들은 자신의 타격폼을 그대로 유지한다. 반면 페타지니처럼 빈 공간에 허를 찔러 타구를 보낼 수 있다면 상대팀도 과감한 수비 시프트를 하기가 힘들어진다. 다만 본인의 타격밸런스가 흐트러질 우려가 있다.
추신수가 5일(이하 한국시간)부터 상대할 템파베이 레이스는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수비 시프트를 즐겨하는 감독이다. 시프트의 대가인 마이크 소시아(에인절스) 감독 아래에서 수업을 받은 조 매든 템파베이 감독은 오히려 스승을 뛰어넘을 정도로 수비 시프트를 즐겨 사용한다. 이는 철저한 전력분석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덕분에 템파베이는 총연봉 하위권으로 매년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강팀으로 자리매김했다.
추신수의 경우는 수비 시프트를 쓰기가 애매한 선수다. 왜냐하면 구장 곳곳에 골고루 타구를 보내는 스프레이 히터이기 때문이다. 좌중우 홈런 개수도 크게 차이가 나지 않고, 외야에 떨어지는 안타 타구도 고르게 분포하고 있다.
다만 내야에서 아웃을 당했던 땅볼타구는 우측에 치우쳐있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추신수가 친 땅볼타구는 3-유간 보다 1-2루간으로 향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이를 알고 있는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내야수 위치를 조금씩 오른쪽으로 이동시키는 시프트를 쓰기도 한다. 템파베이는 이에 맞춰 시프트를 들고나올 것이 확실하다.
추신수는 수비 시프트에 어떤 대비를 하고 있을까. 정답은 정면돌파다. 그는 단호한 어조로 "시프트를 쓴다고 타격을 바꾸면 절대 안 된다. 그러다가는 타격 밸런스가 흔들린다. 그냥 하던대로 치는 게 답"이라고 잘라 말했다.
일단 내야만 넘기면 추신수는 시프트가 큰 의미가 없는 타자다. 때문에 템파베이 투수들은 추신수로부터 땅볼을 유도하려 할 것이고, 이에 맞춰 야수들은 1-2루 쪽으로 조금씩 이동할 것이다. 추신수는 여기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타격을 유지할 예정이다. 추신수가 템파베이가 내야에 놓을 덫을 어떻게 피해갈지 지켜보는 것도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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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브 라이프 파크(미국 텍사스주 알링턴)=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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