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가 시즌 초반부터 확 달라진 경기력으로 상대에 '쉽지 않은 팀'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
특히 공격력이 눈에 띄게 향상됐는데 1~2번 테이블세터를 맡고 있는 이용규(29) 정근우(32) 효과가 확실히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시즌 마친 뒤 이용규는 67억원, 정근우는 70억원에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한화는 그라운드 안팎에서 총액 137억원의 투자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 한화 1~2번 출루율 .328→.410

지난해 한화의 1~2번 타순 타율은 2할3푼7리로 9개팀 중 최하위였다. 출루율도 3할2푼8리로 밑바닥이었다. 고정된 1~2번 테이블세터가 없었고, 중심타선 앞에서 이렇다 할 찬스가 만들어지지 않았다. 전통적으로 1~2번 타순이 취약했던 한화는 FA 시장에서 '국가대표 테이블세터' 이용규와 정근우를 동시 영입하며 숙원을 풀고자 했다.
개막 4경기에서 두 선수는 테이블세터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다. 1번 이용규는 20타수 6안타로 정확히 3할 타율을 기록 중이다. 볼넷은 없지만 정확한 타격을 앞세워 개막 4경기 연속 안타 행진이다. 2번 정근우는 12타수 3안타로 타율은 2할5푼이지만 볼넷 7개를 골라내며 출루율은 5할2푼6리다.
1~2번 타순의 타율이 2할8푼1리이고, 출루율은 그보다 훨씬 더 높은 4할1푼이다. 지난해보다 5푼에서 8푼이 오르며 비약적으로 좋아졌다. 게다가 테이블세터이지만 찬스에서 해결 능력도 보여주고 있다. 이용규는 주자있을 때 8타수 3안타 타율 3할7푼5리이고, 득점권에서는 4타수 2안타를 쳤다. 정근우 역시 주자가 있을 때 3타수 2안타에 득점권은 2타수 2안타로 집중력을 발휘했다.
여기에 3번 펠릭스 피에까지 개막 첫 3경기 멀티히트 포함 4경기 연속 안타로 연일 날카로운 타격을 선보이고 있다. 한화 선수들은 물론 상대팀에서도 "1~3번이 새로 들어와 정말 강해졌다"고 입을 모은다. 김응룡 감독도 "1~3번이 가장 달라진 부분"이라고 만족스러워하고 있다.

▲ 팀 분위기를 바꾸는 웃음과 파이팅
두 선수의 효과는 단순히 기록적인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야구는 128경기 대장정이고, 팀 분위기를 어떻게 타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한화가 지난 몇 년간 수렁에서 쉽게 헤어나지 못한 것도 분위기 영향이 컸다. 계속된 부진으로 팀 분위기가 움츠러들었다. 김응룡 감독은 "선수들이 너무 얌전하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런데 정근우와 이용규의 가세로 달라졌다.
한화는 지난 1일 대전 홈 개막전에서 삼성에 9회 홈런 2방을 맞고 충격의 역전패를 당했다. 연이틀 불펜 난조로 역전패, 그 여파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이튿날 그라운드에 나타난 정근우가 분위기를 바꿔놓았다. 그는 뜬금없이 알이 없는 뿔테안경을 쓰고 나타났고, 두 손가락으로 눈을 찌르는 등 '개그 본능'을 뿜어내며 선수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했다. 드라마 '기황후' 말투를 흉내내기도 하는 등 자칫 경직될 수 있었던 팀 분위기를 살렸다. 전날 충격적인 역전패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경기 중에도 정근우는 웃음 가득한 표정과 익살스런 세레머니 등으로 분위기를 돋운다. 언제나 긍정적인 에너지가 흘러 넘친다.
이용규는 파이팅이 넘친다. 연패를 끊은 2일 대전 삼성전에서 6회 상대 수비의 실책을 틈타 잽싸에 홈으로 파고들며 득점에 성공한 뒤 어퍼컷 세레머니를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시즌 개막전 첫 득점에 성공할 때부터 큰 동작으로 기뻐했고, 매이닝 공수 교대 때마다 덕아웃에서 먼저 앞장서 선수들을 맞이하며 파이팅을 불어넣는다. 그는 "수비를 못 나가고 있어 팀 동료들에게 미안하다. 조금이라도 힘을 불어넣고자 활기차게 하려고 한다"며 "예전에는 경기장에서 동작을 크게 취하지 않고, 묵묵히 하는 스타일이었다. 이제는 팀도 바뀌었고, 그에 맞게 분위기를 살릴 수 있도록 밝게 웃으며 하려고 한다"고 설명을했다.
이용규는 왼쪽 어깨가 완벽하지 않아 송구가 어렵고, 외야 수비도 못하고 있다. 당초 5월 이후에야 복귀 가능할 것으로 보였지만, 프로 근성을 발휘하며 개막부터 합류했다. 한 야구 관계자는 "수비를 할 수 없는 어깨 상태인데 타격에 지장이 없을리 없다. 그런데도 참고 뛰는 건 대단한 프로 정신"이라고 칭찬했다. 실제로 이용규는 2일 삼성전에서 자칫 어깨에 무리 갈 수 있는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으로 홈에 들어왔다. 정말 못말리는 근성이다.
행복 바이러스를 지닌 '웃음 전도사' 정근우와 파이팅 넘치는 '근성의 사나이' 이용규. 단순히 기록에서 볼 수 없는 두 선수의 존재 가치가 한화의 분위기를 확 바꿔놓고 있다. 137억원의 투자가 아깝지 않다. 가장 확실한 리빌딩은 결국 FA 영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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