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경기면 충분했다. 추신수(32, 텍사스)가 까다로운 텍사스 팬들과 언론의 입맛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거액 몸값을 증명하며 텍사스의 희망으로 주목받는 분위기다.
7년 1억3000만 달러의 거액 몸값을 받고 텍사스 유니폼을 입은 추신수는 필라델피아 필리스와의 홈 개막 3연전에서 강한 인상을 심었다. 3경기 타율은 2할7푼3리, 타점은 1점으로 그다지 뛰어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결정적인 순간 빛났다. 2일 경기에서는 역전승의 시발점이 되는 9회 출루를 신고하며 결승점을 올렸다. 3일 경기에서는 텍사스로서는 1999년 이후 15년 만의 끝내기 밀어내기 주인공이 되며 또 한 번 위기 상황에서 진가를 드러냈다.
수훈선수 인터뷰는 이틀 연속 추신수의 몫이었다. 이런 추신수에 대해 글로브 라이프 파크를 가득 메운 텍사스 팬들도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우승에 목마른 텍사스 팬들은 추신수에 대한 큰 기대를 가지고 있는데 마지막 순간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내며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시범경기 부진에 대한 우려를 날렸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더할 나위 없는 출발이었다.

경기 내용을 뜯어보면 뜯어볼수록 추신수의 진가가 드러난다. 미 언론도 이 부분에 주목하고 있다. 미 언론들은 단순히 추신수의 타율만 보지 않고 있다. 출루율과 인내심 등 추신수 영입 당시 기대했던 효과가 이번 3연전에서 제대로 드러났다며 흥분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까지 텍사스 타선에 부족했던 부분이다. 오래간만에 보는 정통 리드오프의 등장에 큰 관심을 드러내며 추신수 띄우기에 나섰다.
는 “추신수가 2일 경기에서 네 차례나 출루했다”고 출루율에 의의를 뒀다. 추신수의 개막 3연전 출루율은 4할6푼7리에 달했다. 타율에 비해 2할 가까이나 높았다. 선구안을 바탕으로 볼넷을 골라냈기에 가능했다. 이어 는 선두타자로 나섰을 때 추신수가 보여주는 놀라운 집중력을 조명했다. 는 “2007년 이후 추신수는 선두타자로 나섰을 때의 출루율이 3할9푼8리다. 오직 조 마우어와 치퍼 존스만이 추신수보다 나은 성적을 보여줬다”며 놀라움을 드러냈다.
‘ESPN’은 추신수의 인내심을 집중 부각시켰다. 추신수는 2일 경기에서 다섯 타석 동안 총 21개의 공을 봤다. 끈질기게 공을 보며 상대 투수들을 괴롭혔고 그 결과 출루를 하지 못하더라도 팀에 공헌하는 효과를 낳았다. 추신수가 3연전 14타석에서 본 공은 59개였다. 타석당 4.21개로 여전히 많은 수치를 뽐냈다. ESPN은 “추신수의 이런 모습은 텍사스 타선에 인내심을 불어넣었다”면서 “이것이 추신수와 계약했을 때 텍사스가 꿈꾼 청사진이었다”고 호평했다.
팀 동료들까지 추신수 칭찬 릴레이에 가세했다. 팀의 핵심 타자이자 정신적 지주인 아드리안 벨트레는 2일 경기 후 “추신수가 꾸준히 출루할 수 있다면 그것은 우리에게 좋은 일”이라면서 “그가 자주 출루한다면 우리는 더 많은 득점 기회를 얻을 수 있다”며 추신수 효과에 대한 큰 기대감을 드러냈다. 거액 계약에 대한 의혹이 기대로 바뀌는 데는 딱 3경기면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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