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의 아니게 한국시리즈를 치른 듯한 부하가 걸린 SK 불펜이다. 5경기 만에 구위와 체력이 심각한 손상을 입었다. 선발 투수의 몫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가운데 김광현(26, SK)이 해결사로 나선다.
SK는 개막 이후 3승2패를 기록했다. 지난해 포스트시즌 진출팀인 넥센과 LG를 상대로 했다는 점에서 일단 초반 출발은 좋은 편이다. 원동력은 타선의 집중력이었다. 5경기에서 34점을 뽑아 LG(39점)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득점을 했다. 상·하위타선을 가리지 않고 고르게 터졌다. 홈런도 5개를 쏘아 올리는 등 장타력도 함께 과시했다.
그러나 마운드는 불안했다. SK의 5경기 평균자책점은 5.93이었다. 두산(7.33)에 이어 리그에서 가장 못한 수치였다. 그 중 불펜 투수들의 난조가 도드라졌다. 필승조, 추격조를 가리지 않고 썩 좋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제대로 된 몫을 수행한 선수는 3차례 세이브를 올리며 철벽의 면모를 과시한 박희수 뿐이었다.

체력이라도 남아 있다면 재정비의 기회를 엿볼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그마저도 못하다. 치열한 승부가 벌어지며 본의 아니게 한국시리즈 불펜 운영을 한 SK다. 앞서고 있을 때 필승조를 투입했는데 필승조가 계산대로 리드를 지키지 못하는 일이 반복되며 전체 불펜의 부하가 커졌다. 진해수는 5경기 모두에 등판했고 박정배는 4경기, 백인식 이재영 전유수도 3경기에 나섰다. 윤길현이 2경기에 나섰지만 지난달 29일 2군 경기에서 2이닝을 던진 것을 계산하면 역시 회복이 필요하다.
3일 LG전에서도 진해수 박정배 박희수가 차례로 나섰다. 1이닝 이상씩을 던져 필승조 라인의 체력이 남아 있지 않다. 결국 선발 투수들이 잘 던져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여기서 SK는 김광현에 기대를 걸고 있다. 4일 문학 한화전 선발로 예고된 김광현이 최대한 많은 이닝을 던져줘야 승리에 가까워질 수 있다.
올 시즌 쾌조의 몸 상태를 과시하며 큰 기대를 모으고 있는 김광현은 지난달 29일 열린 넥센과의 시즌 개막전 선발로 나섰으나 패전투수가 됐다. 5이닝 동안 5피안타 3볼넷 4실점(3자책점)을 기록했다. 구위는 좋았다. 시작부터 150㎞가 넘는 강속구를 꽂아 넣었다. 그러나 넥센 타자들의 인내심이 한 수 위였다. 김광현의 날카로운 슬라이더와 몸쪽 직구를 잘 참아내며 김광현을 궁지로 몰아넣었다.
하지만 구위 자체가 좋았다는 점에서 다시 한 번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 당시 경기 후 이만수 SK 감독은 “김광현의 공이 좋았다”라고 했다. 적장인 염경엽 넥센 감독 역시 “공이 좋았다. 어떤 측면에서 보면 대단했다고도 할 수 있다. 우리 타자들이 잘한 것”이라는 평가를 내린 바 있다.
김광현도 이날 경기에서 자신이 많은 이닝을 소화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알고 있다. 넥센전에서 예방주사를 맞은 만큼 패턴이 조금은 달라질지도 관심사다. 타 구단 전력분석팀 관계자는 “김광현이 너무 완벽하게 던지려고 했다. 저 정도 구위면 그냥 가운데 넣어도 쉽게 맞지 않는다”라고 단언할 정도로 구위는 나쁘지 않다. 결국 좀 더 길게 던지기 위한 방법을 김광현 나름대로 구상할 것으로 보인다. 김광현의 그 구상에 올 시즌 전망과 SK 불펜의 보호가 모두 달려있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