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다이너마이트, 자기 품에서 터졌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04.04 21: 31

한화는 올 시즌 다이너마이트 타선의 부활을 기대케 하고 있다. 이용규 정근우 피에의 가세로 확실히 화약의 질이 업그레이드됐다. 터지면 무섭다는 것은 이미 시연된 바다. 그런데 이날은 다이너마이트가 품 안에서 터졌다. 수비가 문제였다.
한화는 4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SK와의 경기에서 선발로 나선 이동걸이 경기 초반 7실점하고 무너진 끝에 4-13로 크게 졌다. 상대 선발이 김광현임을 고려하면 어차피 많은 득점을 기대한 것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끈끈하게 버티면서 최근 자신들의 장점인 타선의 집중력을 통해 승리를 노려야 했는데 마운드와 수비에서 모든 구상이 꼬였다.
사실상 자멸이었다. 수비가 문제를 드러냈다. 가뜩이나 생애 첫 선발 등판이라 긴장됐을 이동걸의 어깨를 오히려 더 무겁게 했다. 1회부터 엉뚱한 곳에 불이 붙었다. 1회 선두 김강민이 볼넷을 내준 뒤 2루 도루를 시도했다. 김민수의 송구가 빨라 타이밍상으로는 아웃에 근접해 보였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 공이 바운드되며 김강민이 3루까지 갔다. SK는 조동화의 우전 적시타로 가볍게 점수를 뽑았다.

0-4로 뒤진 3회에도 수비가 문제가 됐다. 선두 최정이 3루수 방면 내야안타를 치고 나갔다. 이 때 3루수 김회성의 송구가 정확하게 이뤄지지 않으며 최정이 2루까지 갔다. 이후 SK는 스캇의 우익수 옆 2루타, 그리고 박정권의 희생플라이로 가볍게 1점을 뽑았다. SK는 이후 정상호의 좌중간 2루타로 2점을 더 뽑으며 8-0으로 점수차를 벌렸다.
6회에도 결정적인 실책이 나오며 추격의 마지막 끈조차 끊어졌다. 6회 2사 1,2루였다. 조동화의 타구가 중견수, 2루수, 유격수 사이에 애매하게 떴다. 그러나 수비수들이 못 쫓아갈 공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한화 수비수들은 제대로 콜 플레이가 이뤄지지 않은 듯 겹치다 결국 2루수 이학준과 유격수 송광민 둘 중 누구도 공을 제대로 잡지 못했다. 김강민이 홈을 밟아 9-0. 이후 SK는 최정의 2타점 적시타로 2점을 더 냈다. 포구만 제대로 됐어도 3점은 주지 않아도 될 점수였다.
7회에도 실책이 다시 실점의 빌미가 됐다. 1사 1루 상황이었다. 정상호가 좌익선상 2루타를 치며 1루 주자 나주환이 홈을 밟았다. 여기까지는 어쩔 수 없었다. 그런데 좌익수와 유격수를 거친 중계를 포수 정범모가 제대로 받지 못해 흘리는 사이 정상호가 3루까지 갔다. 이후 정상호는 김성현의 유격수 땅볼 때 홈을 밟았다. 실책이 아니었다면 역시 주지 않아도 될 점수였다.
한화는 올해 공수주 모두가 강화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2루에는 정근우가 들어와 내야 수비력이 강화됐고 외야는 발 빠른 이용규와 피에가 가세하며 예전처럼 넓은 외야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이날 수비에서는 정근우만 분전했을 뿐 나머지는 어려운 경기를 펼쳤다. 경기의 승패는 SK가 터뜨린 홈런 두 방이 아닌, 한화의 수비에서 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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