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어버린 이숙자, "마지막 위해 선수들이 도와준 것 같다"
OSEN 김희선 기자
발행 2014.04.04 20: 59

"선수로서 마지막이니까, (동료)선수들이 도와준 것 같다."
이숙자(34, GS칼텍스)가 기어코 눈물을 보였다. 평택 GS칼텍스 Kixx는 4일 화성실내체육관에서 열린 NH농협 2013-2014시즌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최종 5차전에서 세트 스코어 3-1(27-25, 25-21, 22-25, 29-27)로 화성 IBK기업은행 알토스에 승리를 거두며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챔피언결정전 최종 전적 3승 2패로 '디펜딩 챔피언' IBK기업은행을 제압하고 우승을 차지한 GS칼텍스는 2007-2008시즌 우승 이후 6년 만에 통산 2번째 우승을 차지하는 기쁨을 누렸다. 2008-2009시즌에는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으나 챔피언결정전에서 흥국생명에 무릎을 꿇은 바 있기에 기쁨은 더 컸다.

지난해 여름 KOVO컵 도중 아킬레스건 파열이라는 큰 부상으로 인해 치료와 재활에 매진해야했던 이숙자는 올 시즌 마지막 라운드에서야 코트에 복귀할 수 있었다. 그러나 몸상태가 완전하지 않기 때문에 예전처럼 주전으로 나설 수는 없었다.
그러나 벼랑 끝에 몰린 운명의 4차전. 1세트 IBK기업은행에 끌려가는 양상이 계속되자 이선구 감독은 정지윤 대신 이숙자를 투입했다. 정대영, 배유나 등을 이용한 속공을 살리기 위해 이숙자를 투입한 이 감독의 판단은 정확했다. 복귀 이후 가장 오래 경기를 소화한 이숙자는 이날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 그리고 이 승리가 5차전까지 이어진 GS칼텍스의 희망이 됐고, 결국 우승이라는 결과로 돌아왔다.
이숙자는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부상 당시 수술했던 박사님도 시즌 아웃이라고 하셨다. 회복이 빠르기도 했지만, 마지막으로 코트 밟아보고 은퇴하고 싶었던 마음에 무리한 것도 있었다. 지난해 은퇴하려고 했는데 감독님께서 한 번 더 하자고 해주셔서 우승하고 은퇴하자 싶었다. 그런데 계약 첫 달에 다쳐서 마음에 짐이 컸다"고 털어놓았다.
"무리해서 복귀했는데 아무래도 감각이 많이 안올라와서 불안했다. 4차전 때도 감은 많이 올라온 상태가 아니었는데 (정)지윤이 플레이와 내 플레이가 다르다보니 IBK기업은행이 흔들린 것 같다. 잘 맞아떨어져 기분이 좋다"며 웃은 이숙자는 지금 발언이 '은퇴선언'이냐는 질문에 "지금까지도 자꾸 이렇게 미뤄왔는데..."라며 말을 흐렸다.
"선수로서 마지막이니까, (동료)선수들이 도와준 것 같다"고 이야기한 이숙자는 기어코 눈물을 쏟아냈다. 이미 그렁그렁하게 눈물이 고여있던 이숙자의 눈에서 눈물이 쏟아지자 함께 동석한 한송이와 정지윤이 당황해서 왜 우냐며 달래야했다.
눈물을 닦아낸 이숙자는 "배구를 23년 했는데 앞으로 무슨 일을 하든 그 길을 통해 가지않을까 싶다. 코치가 아니든 뭘 하든 정해진 것은 없지만 그 길을 통해 가지 않을까 아무래도 배운 것이 배구뿐이니 관련된 일을 계속 하면 좋겠다"고 웃었다. 선수로서 코트에 다시 돌아올 수도 있지 않냐는 질문에는 웃음과 함께 "나는 (정)대영이랑은 좀 다르다"고 손사래만 쳤다. 팀 동료인 정대영은 출산 후 은퇴가 예정되어있었으나 코트로 복귀한 드문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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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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