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이하 챔프전)은 경기력 저하를 감수하고 무리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가.
남자프로농구 챔프전이 열기를 더하고 있다. 1승 1패씩 나눠가진 창원 LG와 울산 모비스는 5일 울산으로 자리를 옮겨 3차전에 돌입한다. 하지만 5일 동안 장소를 바꿔가며 4경기를 치러야 하는 빡빡한 일정은 선뜻 납득하기가 어렵다. 경기시간도 중계방송사 사정에 따라 시시각각 변해 팬들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 5일에 4경기, 경기력 저하는 볼 보듯 뻔하다

KBL은 지난 2012년 챔프전부터 첫 4경기를 5일에 몰아서 치르고 있다. 1,2차전을 이틀연속 한 뒤 장소를 옮기는 날에만 쉬고, 이어 또 3,4차전을 몰아서 하고 있다. 팬들이 몰리는 주말에 최대한 많은 경기를 하기 위해서다. 2년 전에는 4차전까지 치르고 이틀을 쉰 뒤 5차전에 돌입했다. 하지만 올해는 4차전 뒤부터 하루씩만 쉬고 징검다리로 7차전까지 간다. 단언컨대 역대 챔프전 중 가장 소화하기 힘든 스케줄이다.
1~4차전의 중요성이야 더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역대 챔프전에서 1승 3패의 열세를 뒤집고 우승한 팀은 아무도 없었다. 4차전까지 어느 한 팀이 3승을 거둔다면 사실상 승부가 기울어지는 셈이다. 이후 경기일정이 느슨해진다고 해도 의미가 없다.
빡빡한 일정은 많은 부작용을 안고 있다. 우선 선수들의 체력적 부담이 크다. 체력소모가 큰 농구는 경기를 치르면 최소한 다음날에는 쉬어야 하는 운동이다. 그런데 이틀연속 경기를 하면 아무래도 주축선수들이 젊은 팀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 2년 전 동부는 2승 1패로 앞서가던 시리즈에서 결국 2승 4패로 우승을 내줬다.
물론 KGC의 실력이 더 좋았다. 다만 동부가 넉넉한 스케줄로 충분히 피로회복을 할 시간을 가졌다면, 더 수준 높은 명승부가 나왔을 것이다. 우승을 한 KGC 역시 주축선수들이 아직도 부상후유증을 겪으며 올 시즌 9위에 머물렀다. 무리한 일정을 잡은 KBL은 최고의 히트상품 ‘챔프전’의 가치를 스스로 떨어뜨리고, 몸이 재산인 선수들의 가치도 지키지 못한 셈이다.
연속경기를 치르다보면 코칭스태프들도 다음 경기를 준비할 시간이 부족하다. 지난 경기의 잘못을 되짚고, 이를 만회할 전략을 선수들에게 훈련시킬 충분한 시간이 없는 것. 한 번 분위기를 잡히면 그대로 시리즈 전체를 내줄 수 있다. 지난해 챔프전에서 젊은 선수들로 구성된 SK가 모비스에게 4-0 완패를 당한 것도 이와 전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 방송사 사정에 따라 엿가락처럼 늘어지는 경기시간
챔프전은 한 시즌을 마무리하는 프로농구의 꽃이다. 그런데 KBL은 프로야구, 프로배구 등 타 종목은 물론 중계방송사의 눈치를 보면서 경기시간을 고무줄처럼 늘리고 있다. 지난 29일 치러진 모비스와 SK의 4강 4차전은 토요일 오후 7시에 개최됐다. 평소처럼 오후 2시에 개최하면 프로야구와 겹쳐 중계채널을 확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챔프 3차전은 오후 3시 7분 전파를 탄다. 12일 치러질 수 있는 7차전도 3시로 시간대를 옮겼다. 두 경기 모두 KBS1이 중계를 맡게 됐다.
지상파 중계를 통해 명승부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하려는 취지는 좋다. 다만 그 과정에서 기존 농구팬들이 무시되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실제 경기장을 찾는 충성도 높은 고객들에게 ‘농구는 토요일에 오후 2시에 한다’는 것은 일종의 약속이다.
지상파 중계의 경우 스포츠전문 케이블에 비해 중계기술이나 해설수준이 떨어지는 편이다. 또 편성시간이 유연하지 못하다. 경기가 연장전에 돌입할 경우 잔여 경기가 중계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KBL은 프로농구 시청률이 배구에 밀린다는 통계가 나올 때마다 ‘인터넷과 DMB시청 등을 합한 통합시청률 개념이 도입돼야 한다’고 반박한다. 그렇다면 KBL 역시 지상파 중계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 주요 시청자들이 인터넷을 통해 경기를 즐겨본다면, 방송사 마크는 크게 의미가 없다. KBL은 안정적인 채널 및 중계시간 확보에 더 신경을 써야 맞다.
지난 2일 치러진 챔프 1차전 1쿼터는 제대로 방송을 타지도 못했다. 중계를 맡은 SBS스포츠가 여자배구 챔프전을 먼저 중계했는데, 경기시간이 예상보다 길어진 것. 농구는 경기시간 19분이 지난 1쿼터 종료 1분을 남긴 시점부터 겨우 방송을 탔다.
그 동안 농구팬들은 나오지도 않는 농구채널을 찾느라 온갖 스트레스를 다 받았다. 일부 팬들은 프로농구 중계권 판매 사업자 에이클라가 소유한 SPOTV 인터넷 중계를 찾아내 시청을 하기도. 같은 시간 여자프로배구는 KBS N채널을 통해서도 볼 수 있었다. 채널선택의 폭이 제한되면서 시청자들의 보편적 채널선택권이 보장되지 못한 측면이 있다. ‘KBL은 뭐하고 있냐?’는 팬들의 한탄이 이어졌지만 KBL은 아예 손을 놓고 있었다.

▲ 챔프전을 농구팬들의 축제로 만들지 못한 아쉬움
미국농구팬들은 3월만 되면 대학농구 토너먼트의 광란에 빠진다. 올해도 플로리다, 코네티컷, 켄터키, 위스콘신 네 팀이 6일부터 준결승을 치른다. 대망의 ‘파이널 포’는 올해 10만 8000명을 수용하는 달라스 카우보이스의 홈구장 AT&T 센터에서 치러질 예정이다. 이 시즌만 되면 NBA도 감히 명함을 내밀지 못한다.
6월에는 속된말로 NBA파이널이 ‘갑’이다. 올해는 벌써부터 르브론 제임스(30, 마이애미 히트)의 3연패 달성여부에 팬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6월이면 메이저리그 시즌도 한창 진행 중이지만, 농구 결승전에 전미가 열광한다. 각종 스포츠뉴스에서도 단연 농구소식이 톱이다. 프로농구가 프로야구 눈치를 볼 이유가 없다.
반면 한국은 프로농구 플레이오프가 프로야구 시범경기에도 밀리는 현실이다. 프로야구는 워낙 큰 국민적 성원을 등에 업고 있다고 자위할 수 있다. 하지만 프로농구관계자들이 스스로 농구의 위상을 꺾고, 파이를 키우지 못한 탓도 크다.
NBA의 경우 파이널 1차전이 끝난 뒤 하루 휴식을 갖고 2차전을 치른다. 이틀 연속 경기는 없다. 경기질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휴식일에 그냥 노는 것이 아니다. 언론에게 팀당 15분씩 훈련을 공개하고, 30분 동안 자유롭게 코트 위에서 원하는 선수들과 만나 취재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단상에서 형식적으로 하는 인터뷰가 아니라 더 재밌는 뒷이야기가 쏟아져 나온다. 언론은 가벼운 훈련을 엿본 것만으로도 다음 경기를 더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 다양한 기사가 나오기 때문에 팬들의 관심과 궁금증도 더 높아지게 된다.
NBA팀의 연고지에서는 파이널을 이용한 다양한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도시 어디를 가더라도 축제분위기를 즐기면서 파이널을 만끽할 수 있다. 이 분위기를 느끼기 위해서 타주나 외국에서 구경 오는 관광객들도 많다. 자연스럽게 파이널을 유치한 도시는 짭짤한 관광수익을 올리게 된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이러한 노력을 찾아볼 수 없다. 프로야구를 피해 5일에 4경기를 후딱 치르다보니 모처럼 타오른 열기도 금세 식을 수밖에 없다. 차라리 이럴 바에 정규리그를 대폭 당기거나 경기수를 줄여서라도 프로야구 개막전에 농구시즌을 끝내는 것이 낫다. 적어도 지금처럼 프로농구팀 우승소식이 프로야구 단신에 가려지는 경우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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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NCAA 파이널포 현장, 2012년 NBA 파이널 공개연습 / 서정환 기자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