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를 마친 뒤 류현진(27, LA 다저스)은 고개를 저으며 마운드를 내려갔다. 류현진에게서 좀처럼 보기 어려운 모습이었다. 얼마나 힘겨운 1회였는지가 잘 드러나는 장면이었다. 좋은 투구를 위해 필요한 세 가지 요소가 모두 없었다.
류현진은 5일(이하 한국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와의 시즌 세 번째 등판에서 메이저리그(MLB) 데뷔 이래 최악의 모습을 선보였다. 1회에만 6실점을 했다. 결국 이는 2이닝 8실점(6자책점)이라는 최악의 성적으로 이어졌다.
류현진의 MLB 한 경기 최다 실점은 5점이었다. 지난해 두 경기(4월 21일 볼티모어전, 7월 11일 애리조나전)에서 5실점을 기록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이날은 1회 한 이닝에만 6실점을 기록했다. 모두 자책점으로 올라갔다. 지난해에도 1회에 다소 약한 모습을 보여주긴 했지만 이날은 말 그대로 잊고 싶은 기억일 정도로 최악이었다.

투아웃까지는 잘 잡았다. 선두 파간을 79마일 체인지업으로 잡았고 ‘천적’인 펜스를 우익수 뜬공으로 넘겨 깔끔한 출발을 보이는 듯 했다. 그러나 산도발과의 풀카운트 승부에서 볼넷을 주면서 위기가 시작됐다. 후속타자 포지에는 카운트를 잡으러 들어간 91마일 직구가 통타당하며 좌측 담장을 맞히는 2루타를 내줬다. 이어 타석에 들어선 모스에게 적시타를 맞았다.
여기까지는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켐프가 공을 더듬으며 모스에게 2루를 내준 것부터 악몽이 시작됐다. 이는 벨트의 우전 안타 때 추가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여기에 힉스의 2루타는 1루수 곤살레스가 처리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뒷걸음질하다 결국 잡지 못했다. 류현진은 아리아스를 고의사구로 거르고 2사 만루에서 투수 보겔송과 상대하는 선택을 했으나 보겔송의 빗맞은 타구는 유격수 라미레스의 머리를 살짝 넘기며 또 다시 실점으로 이어졌다. 류현진은 후속타자 파간에게 안타를 맞으며 6실점째를 기록했다.
세 가지가 없었다. 우선 제구였다. 류현진의 이날 직구 구속은 93마일 정도까지 나왔다. 평소보다 구속이 줄어든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공이 높았고 스트라이크존에 들어가지 않았다. 높거나 몸쪽에 몰렸다. 그리고 높은 공은 어김없이 맞아 나갔다. 주무기인 체인지업도 마찬가지였다. 타자들이 치기 좋은 높이에 떨어졌다. 전혀 류현진답지 않은 제구였다. 1회 37개의 공 중 볼은 20개였다. 고의사구를 고려해도 비정상적으로 높았다.
두 번째는 수비 지원이었다. 다저스 수비수들의 집중력은 최악이었다. 모스의 타구를 켐프가 더듬지 않았다면 모스는 2루에 갈 수 없었다. 주자가 2루에 있는 것과 1루에 있는 것은 차이가 크다. 힉스의 타구도 곤살레스가 처리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 타구를 잡았다면 류현진은 실점을 최소화하고 2회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이 타구를 잡지 못함으로써 1회 대량실점의 빌미가 됐다.
세 번째는 운이었다. 류현진은 0-3으로 뒤진 2사 2,3루에서 아리아스를 고의사구로 걸렀다. 투수인 보겔송과 상대하겠다는 뜻이었다. 당연한 선택이었다. 그러나 보겔송의 빗맞은 타구는 라미레스의 머리를 살짝 넘겼다. 야수들이 처리하기 쉽지 않은 공이었다. 결국 이는 2실점으로 이어졌다. 힉스의 타구도 사실 그랬다. 우익수인 이디어, 1루수인 곤살레스 사이에 떨어졌다. 2루수 고든이 처리하기도 애매했다. 류현진으로서는 아무 지원군도 없었던 최악의 1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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