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완 감독, 은퇴식에서도 ‘김광현 걱정’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04.05 06: 51

“어제까지는 아무 말도 귀에 안 들어오더라. 그런데 막상 하루 앞으로 닥치니 긴장이 된다. 내일은 더 그럴 것 같다. 큰일이다”
4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SK와 한화의 경기를 앞둔 시점의 SK 퓨처스팀(2군) 감독실. 팀 구상을 하느라 경기가 없는 날에도 퇴근을 하지 않은 박경완(42) SK 퓨처스팀(2군) 감독은 잠시 짬을 내 구단 직원의 설명을 듣고 있었다. 바로 5일 SK-한화전 종료 이후 열릴 자신의 은퇴식에 대한 행사 진행 설명이었다. 행사표를 살피며 설명을 듣던 박 감독은 “내일은 더 긴장될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SK는 지난 3월 박 감독의 영구결번을 결정했다. 구단 역사상 첫 영구결번이었다. 비록 박 감독이 현역의 모든 경력을 SK와 함께한 것은 아니었지만 11시즌을 뛰며 세 차례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높은 팀 공헌도, 그리고 한국프로야구 역사상 최고 포수 중 하나로서의 업적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선택이었다. 성대한 은퇴식은 당연한 일이었고 분위기를 내기 위해 첫 토요일 5시 경기가 열리는 5일을 ‘D-데이’로 잡았다.

이번 은퇴식은 크게 ‘레전드의 발자취’ 세리머니, 황금열쇠 및 기념액자 수여, ‘Last Catcher’ 세리머니, 영구결번식, 카 퍼레이드, 은퇴인사, 불꽃축제 등으로 구성됐다. 이미 4일 경기 종료 후 리허설도 마쳤다. 행사일정을 찬찬히 살펴보면 박 감독은 “너무 크게 잡아놨다. 부담이 된다”라고 웃었다.
숱한 격전의 현장 속에서 살아남았던 역전의 용사지만 긴장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박 감독은 “사실 은퇴한 지 시간이 좀 지나 별다른 느낌이 없을 것 같았다. 그런데 은퇴사를 연습 삼아 한 번 읽어보니 아니다 싶었다”라면서 “내일 울컥할 것 같아서 큰일이다”라고 걱정 아닌 걱정(?)을 드러냈다. 이제는 지도자로 여전히 SK 유니폼을 입고 있지만 팬들과 함께 하는 마지막 순간은 큰 의미로 다가오는 모습이었다.
이런 박 감독의 걱정은 또 있었다. 바로 ‘Last Catcher’ 세리머니였다. 이 세리머니는 2010년 한국시리즈 우승 확정 장면을 재현하는 것으로 당시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아냈던 김광현-박경완 배터리의 투구 및 포구로 진행된다. 여전히 팬들의 가슴 속에 남아있는 김광현의 ‘90도 인사’도 다시 한 번 선을 보일 예정이다. 그런데 박 감독은 대뜸 “오늘이 김광현 선발 등판일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선발 투수들은 보통 경기당 100개 내외의 공을 던진다. 다음 날은 절대적인 휴식을 취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김광현이 등판 다음날 마운드에 올라 공을 던지면 괜한 무리가 될 수 있다는 게 박 감독의 걱정이었다. 그렇다고 ‘시구 수준’으로 대충 던질 수도 없는 일. 구단 직원이 “괜찮다. 일찌감치 사전에 합의가 다 됐다”라고 되풀이해도 박 감독은 마지막까지 “그러다 잘못되면 어쩌나…”라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진심이 우러나왔다.
4일 경기 후 이 이야기를 하자 김광현은 오래간만에 크게 웃었다. 김광현의 반응은 “문제 없다”라는 것이었다. 이날 7이닝 무실점 역투로 시즌 첫 승을 따낸 김광현은 “오늘(4일) 이기고 나가니 괜찮다”라는 가벼운 농담과 함께 5일 열릴 은퇴식을 고대했다. 두 배터리의 마지막 호흡은 5일 경기 종료 후 팬들과 함께 역사 속으로 남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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