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26, SK)이 비상을 향한 첫 걸음을 내딛었다. 그 중심에는 싱싱한 어깨, 그리고 성숙한 마음가짐이 있다. 김광현의 올해 목표는 거창한 승수나 평균자책점보다는 ‘이닝 소화’에 맞춰져 있다.
김광현은 4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한화와의 경기에서 7이닝 동안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올 시즌 첫 승리를 따냈다. 인상적인 투구내용이었다. 안타는 단타 2개만을 허용한 반면 삼진은 6개나 잡아냈다. 직구, 슬라이더, 커브로 모두 삼진을 잡았다. 150㎞에 이르는 빠른 공은 위력이 있었고 슬라이더도 여전히 날카롭게 떨어졌다. 김광현은 “7이닝을 던졌는데 무리했다는 생각이 안 든다. 어깨 상태는 너무 좋다”라고 활짝 웃었다.
첫 경기와는 다른 분위기가 호투의 밑거름이 됐다. 사실 김광현의 이날 최고 구속은 지난달 29일 열린 넥센과의 시즌 개막전보다 못했다. 구위 자체만 놓고 보자면 오히려 적장인 염경엽 감독이 칭찬했을 정도인 당시가 좋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당시 김광현은 5이닝 4실점(3자책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넥센 타자들이 참을성도 참을성이지만 김광현 스스로의 부담이 컸다.

김광현은 당시 경기에 대해 “아무래도 개막전이다보니 선취점을 주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이 강했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이날 경기에서는 달랐다. 김광현은 “그냥 1회에 홈런을 맞았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했다”라고 했다. 지나치게 완벽하게 던지려고 하기보다는 부담을 덜고 자신의 투구내용에 더 집중하는 자세가 효과를 봤다는 의미다.
그런데 김광현은 이날 경기내용에 100점을 주지 않았다. 모자란 부분이 있다며 말끝을 흐렸다. 바로 볼넷이었다. 김광현은 첫 승 소감에 대해 기쁨보다는 대뜸 “볼넷을 많이 준 것이 아쉽다”라고 말했다. 이날 김광현은 1회에만 2개의 볼넷을 내주는 등 총 4개의 볼넷을 허용했다. 김광현은 “점수차는 여유가 있었다. 그래서 투구수를 적게 가져가려고 했는데 볼넷이 아쉬웠다”라고 덧붙였다.
승리투수가 됐음에도 볼넷 개수에 집착한 것은 김광현의 올 시즌 궁극적인 목표와도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김광현은 “최대한 많은 이닝을 던지고 싶다”라는 말을 반복하고 있다. 그런데 많은 이닝에 대한 목표에 있어 볼넷은 최대의 적이 될 수밖에 없다. 김광현은 “요새 불펜 투수들이 많이 나섰다. 최대한 많은 이닝을 던지고 싶었는데 볼넷이 많이 나왔다. 그런 와중에서도 7이닝을 던졌으니 다행”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선발투수는 보통 5일에 한 경기를 치른다. 매일 대기해야 하는 불펜 투수들에 비해서는 자기 관리가 편한 부분이 몇몇 있다. 때문에 경기에 나설 때마다 최대한 오래 마운드에서 버티는 것이 덕목일 수밖에 없다. 김광현도 이를 잘 알고 있다. 자신의 평균자책점을 줄이기보다는 효율적인 투구로 동료들의 짐을 덜어주려는 김광현의 마음에서 ‘에이스’의 진가를 엿볼 수 있다. 김광현의 한 시즌 최다 이닝 소화는 2010년의 193⅔이닝이다. 두말할 필요가 없는 김광현의 최고 시즌이었다. 올해도 그럴 조짐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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