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경기 끝나고 가르쳐줄게”
김응룡(73) 한화 감독이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간판 타자인 김태균(32)에게 하루 휴식일이 도움이 됐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었다. 김 감독은 “경기 끝나고 가르쳐주겠다. 안타를 치면 도움이 된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도움이 안 됐다고 말해주겠다”라고 말해 취재진을 한바탕 웃음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하지만 단순한 농담처럼 들리는 이 말에도 김태균에 대한 믿음이 깔려 있었다.
한화 부동의 4번 타자인 김태균은 시즌 출발이 썩 좋지 않은 편이다. 4일까지 5경기를 치른 가운데 타율이 1할5푼8리까지 떨어졌다. 득점권 상황에서도 그리 강한 인상을 심어주지 못하고 있다. FA로 영입한 이용규 정근우, 그리고 외국인 타자 펠릭스 피에가 가세하며 1~3번 라인이 화려해진 한화로서는 그 밥상을 맛있게 먹어치워야 할 김태균의 부진이 내심 아쉬울 수밖에 없다.

물론 시즌 초반이라 현재 성적에는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 그러나 다이너마이트 타선의 화려한 재등극을 위해 김태균의 폭발이 필요하다는 데도 의심의 여지는 없다. 슬럼프에서 빨리 탈출할수록 팀 승수는 쌓일 수밖에 없다. 김 감독도 이를 잘 알고 있다. 최근에는 김태균을 배려하기 위해 하루 정도는 선발 라인업에서 빼주겠다는 구상을 실천한 바 있다. 3일 대전 삼성전이 비로 취소되면서 없던 일이 됐지만 김태균의 기를 살리려는 구상은 여기저기서 드러나고 있다.
김 감독의 농담에는 김태균에 대한 믿음이 깔려 있다. 김태균은 자타가 공인하는 대한민국 최고의 타자 중 하나다. 정교함과 장타력을 모두 갖췄다. 현재 한국프로야구에서 뛰는 현역 선수 중 통산 타율 3할과 200홈런 이상을 모두 기록하고 있는 선수는 김태균 외 김동주(두산) 정도다. 이처럼 기본적으로 가진 기량이 있기에 슬럼프를 툭툭 털고 일어날 것이라는 믿음이다. 선수 평가에 비교적 직설적인 김 감독이 김태균의 타격 슬럼프에 대해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처럼 팀 내 믿음이 굳건한 가운데 스스로의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요새 한화의 타격 연습 때 가장 먼저 나와 묵묵히 배트를 휘두르는 선수가 바로 김태균이다. 팀 내 핵심 타자로서의 책임감과 부담감도 크지만 어차피 이런 부담감은 4번 타자라는 칭호를 달 때부터 가지고 있었다. 그만큼 이를 극복하는 방법도 잘 안다. 한화의 모든 관계자들이 ‘김태균’이라는 이름 석 자에 확실한 믿음감을 가지고 있는 이유다. 김 감독이라고 해서 크게 다를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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