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 기억에서 지워버리고 싶은 최악의 날이었다. 결국 무리한 일정이 류현진(27, LA 다저스)의 발목을 잡았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류현진은 5일(이하 한국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와의 시즌 세 번째 등판에서 메이저리그(MLB) 데뷔 이래 최악의 모습을 선보였다. 1회에만 6실점을 했다. 6개의 안타를 맞았고 고의사구 한 개를 포함해 3개의 볼넷을 내줬다. 악몽에 가까웠다. 결국 2이닝 8피안타 3볼넷(1고의사구) 2탈삼진 8실점(6자책점)했다.
2이닝은 류현진의 데뷔 이래 최소 이닝이다. MLB 진출 이후에도 지난해 9월 30일 콜로라도전 4이닝이 최소 이닝이었다. 그나마 당시는 포스트시즌을 앞둔 시험등판이었다. 8실점은 데뷔 이래 최다 실점이다. 지난해 두 경기(4월 21일 볼티모어전, 7월 11일 애리조나전)에서 5실점을 기록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이날은 1회 한 이닝에만 6실점을 기록했다.

수비 실책이 2개, 보이지 않는 실책은 더 있었다. 빗맞은 타구가 안타가 되는 등 운도 따르지 않았다. 심리적으로 흔들릴 만한 요소가 많은 경기였다. 여기에 홈 개막전이라는 부담감도 있었다.
그러나 역시 류현진 구위에도 문제가 있었다. 직구 최고 구속은 93마일(150㎞)까지 나오는 등 큰 문제는 없었다. 하지만 제구가 안 됐다. 몸쪽으로 쏠리거나 아니면 높았다. 체인지업은 밋밋하게 떨어지며 샌프란시스코 타자들을 현혹시키지 못했다. 전혀 류현진답지 않은 투구 내용이었다.
결국 무리한 일정이 독이 됐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류현진과 LA 다저스는 올해 애리조나와 호주 개막전을 치렀다. 스프링캠프 일정이 타 팀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았고 지구 반대편을 다녀오는 등 장거리 원정의 후유증이 있었다. 이 중 가장 체력소모가 심한 투수가 바로 류현진이었다. 일정이 예정되어 있던 클레이튼 커쇼의 갑작스런 등 부상 때문에 류현진이 좀 더 급하게 등판을 준비해야 했다.
류현진은 23일 호주 개막 시리즈 두 번째 경기에 등판한 뒤 31일 샌디에이고와의 본토 개막전에 바로 나섰다. 여기에 4일을 쉬고 다시 5일 샌프란시스코전에 나섰다. 2경기까지는 문제가 없었지만 결국 빡빡한 일정이었다. 스스로는 괜찮다고 했지만 류현진도 엄연히 발톱 부상의 전력이 있기도 했다. 돈 매팅리 감독도 이를 인정하고 5일 경기 전 “류현진의 이후 등판 일정을 조정해주겠다”라고 밝혔으나 이 정도 난조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호주 개막전 후유증이 오래 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릭 허니컷 투수코치는 4일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커쇼, 브라이언 윌슨의 부상과 호주 원정이 어느 정도 연관이 있다”라고 결론지었다. 전지훈련 일정을 충분히 소화하지 못한 상황에서 시즌을 일찍 시작했고 여기에 장거리 원정까지 겹치며 결국 탈이 났다는 것이다. 류현진도 이런 상황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이제 심신을 잘 정비하는 것이 최대 관건으로 떠올랐다.
LA 다저스타디움=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