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게 내다보는 한화, 투수 운용은 순리대로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4.04.05 07: 08

한화가 서두르지 않는다. 길게 내다보고 있다. 투수 운용에 있어 순리대로 풀어가며 효율성을 극대화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한화는 지난 4일 문학 SK전에서 4-13 대패를 당했다. SK 에이스 김광현을 맞아 7회까지 무득점으로 막혔고, 수비에서도 실책 4개를 남발하며 무기력하게 무너졌다. 김응룡 감독은 이용규·정근우·피에 등 주력 선수들을 일찌감치 벤치에 앉히며 다음 경기를 대비했다.
사실 한화로서는 이기면 좋고, 져도 아쉬울 게 없는 경기였다. 이날 한화는 5선발 이동걸 카드를 김광현 상대로 내세웠다. 3일 대전 삼성전이 우천으로 연기돼 이동걸 대신 개막전에서 선발승을 거둔 외국인 투수 케일럽 클레이가 나와도 무방한 상황이었지만 한화 코칭스태프는 이동걸을 그대로 선발 예고했다.

여기에는 크게 두 가지 의미가 내포돼 있다. 먼저 이기는 경기와 지는 경기를 확실하게 구분하겠다는 것이다. 한화 마운드는 양적·질적으로 강하지 못하기 때문에 효율적인 전력 활용이 필요하다. 당초 5선발로 낙점된 윤근영을 이기는 경기에 구원 투입하는 카드로 돌린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김응룡 감독은 "시즌 전 내가 착각을 했다. 내가 잘못 생각했다. 우리가 이길 수 있는 경기가 많지 않지만 이기는 경기는 확실히 잡고 가겠다"고 이야기했다. 9개팀 홀수 구단 체제이기 때문에 5선발의 활용도가 그리 높지 않다는 점도 고려됐다.
김광현을 상대로는 아무래도 승리 확률 떨어지고, 이 경우 클레이 카드를 소모하게 돼 다음 경기까지 꼬일 수 있다. 예상대로 한화 타선은 김광현에게 7회까지 무득점으로 끌려다녔고, 데뷔 첫 선발등판 기회를 얻은 이동걸도 2⅓이닝 6피안타(2피홈런) 2볼넷 2탈삼진 7실점으로 무너지며 패전투수가 됐다. 결과는 안 좋았지만 팀 입장에서 볼 때 데미지는 크지가 않다. 5선발 카드였기 때문에 처음부터 승산이 높지가 않았다. 이동걸 뿐만 아니라 또 다른 투수들에게도 5선발로서 기회를 주며 테스트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나쁘지 않다.
또 하나는 투수들에게 충분한 휴식을 주겠다는 의미도 들어가있다. 만약 이날 클레이가 선발로 나왔다면 한화는 클레이를 시작으로 해서 지난달 31일 사직 롯데전에서 나온 송창현과 1일 대전 삼성전에서 던진 유창식이 각각 5~6일 문학 SK전에 차례로 출격해야 했다. 이 경우 클레이와 함께 송창현과 유창식 모두 주 2회 등판으로 4일만 쉬게 된다.
송창현은 롯데전에서 99개의 공을 던졌고, 유창식은 삼성전에서 그보다 더 많은 112개의 투구수를 기록했다. 두 투수 모두 풀타임 선발 경험이 없는 투수들로 어느 정도 체력 관리가 필요하다. 클레이도 아직 내구성이 검증되지 않았다. 시즌 초반이기에 무리해서라도 로테이션을 돌릴 수 있었지만 한화 코칭스태프는 당겨 쓰는 것 대신 순리대로 풀어갔다.
지난해 이맘때 한화는 변칙적인 투수운용으로 내일이 없는 야구를 펼쳤다. 3연전 첫 날 선발로 나와 조기강판된 투수가 이틀 뒤 다시 선발로 나오기도 했다. 개막 연패 탈출을 위해 몸부림을 쳤지만 결과는 더 안 좋았다. 올해는 개막전 승리와 2연패 이후 역전승으로 분위기를 타고 있는 만큼 굳이 무리하지 않아도 된다. 올해 한화 마운드 운용의 테마는 '순리대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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