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3사 일요일 예능 프로그램이 분량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내부적으로 '출혈경쟁'과 '볼거리 확보'라는 두 가지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현재 SBS에서는 '일요일이 좋다'를, KBS '해피선데이', MBC '일밤'을 각각 내보내고 있다. 지난해 오후 4시 55분부터 방송됐던 이 프로그램들은 편성표와 상관없이 오후 4시 30분부터 전파를 타고 있는 상황. 특히 '해피선데이'의 경우, 오후 4시 50분에서 30분으로 당겨 편성한데 이어 최근에는 다시 4시 20분으로 수정했다. 이에 맞춰 '일요일이 좋다', '일밤'도 4시 30분부터 방송시간을 옮겼다.
이 같은 방송분량 경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과거 오후 6시로 시작해, 5시로 이제는 4시 30분으로 조금씩 당겨져 왔다. 오랜 기간 지속돼 온 채널 간 싸움인 셈. 이 사안이 문제라고 인식된 이유는 무려 3시간 30분에 달하는 방송시간에 기인한다.

한 프로그램이 4시간 가까이 지속될 경우 방송사가 껴안는 부담은 커진다. 먼저, 콘텐츠의 다양성 확보가 어려워진다. 또 같은 포맷을 장시간 전파에 노출시키다 보면 시청자들은 쉽게 피로를 느낄 수 있다. 프로그램의 수명이 줄어들 위험이 있다. 그렇지만 방송 시간 당기기는 계속해서 이뤄지고 있다. 프로그램 시작 시간이 시청자 유입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SBS의 예능국 관계자는 "한 프로를 네 시간씩하면 출혈이 크다. 시청률 경쟁 때문에 6시에서 5시로 옮겨진 것이 이제는 4시에 시작할 판"이라고 토로했다. "제작 현장에서는 우리만 죽어난다. 쓸데없이 방송 분량만 늘어나는 형국"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방송 관계자 역시 "제작현장의 고충이 날로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제작 프로그램 질이 발전되는 것이 아니라 늘리기 경쟁이 붙으니 지칠 뿐"이라고 세게 말했다.
다른 시각도 있다. "경쟁적으로 시간을 늘린 것이 아니라 좋은 프로그램을 시청자들에게 더 많이 보여드리고자 한 것일 뿐"이라는 설명이다. 이미 충분한 콘텐츠가 확보가 됐는데 타 방송사의 사정 때문에 이를 사장시키기는 행위는 제작진 입장에서 납득하기 힘들 수 있다.
이 문제에 관해 MBC 예능국 고위 관계자는 "방송 3사의 시간대가 늘어나서 경쟁이 심해진 건 사실이다"며 "하지만 방송 3사가 지향하는, 처한 상황이 다 달라서 합의를 보기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내다봤다.
물론 일부 방송사 CP가 지상파 3사의 일요일 예능 프로그램 제작진을 소집해 상황을 해결해보려는 움직임을 보였던 것은 사실이나, 이는 불발에 그친 인상이다. 방송사 차원에서 진행된 프로젝트도 아닐 뿐더러 이야기 공유의 자리였기 때문에 합의가 있었다는 표현도 지나치다.
다만, 전례가 없던 긴 방송시간을 어떻게 긍정적인 방향으로 만들어갈 것인지는 제작 현장에 자리한 방송인들의 몫으로 남아있다. 이러다 하루 종일 일요일 예능만 보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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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MBC, KBS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