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26번’ 박경완, 눈물과 함께 역사에 남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04.05 21: 04

박경완(42) SK 퓨처스팀(2군) 감독은 차오르는 감정을 꾹꾹 누르고 있었다. 그러나 자신의 이름을 연호하는 팬들 앞에서 결국 울먹거리는 목소리를 숨기지 못했다. 대한민국 야구 역사상 최고의 포수가 팬들의 진심어린 박수, 그리고 뜨거운 눈물과 함께 정들었던 그라운드와 작별을 고했다.
박경완 감독은 5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SK와 한화의 경기 종료 후 공식 은퇴식을 가졌다. 이미 지난 3월 SK 구단 역사상 첫 영구결번의 주인공으로 지정되는 영광을 안았던 박 감독은 이날 은퇴식을 통해 인천 팬들과 인사함과 동시에 축복 속에서 지도자로서의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경기 전 팬 사인회부터 바빴던 박 감독은 이날 행사를 앞두고 잔뜩 긴장한 모습이었다. 이틀 전까지만 해도 “행사 계획이 귀에 잘 안 들어온다”라며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했던 박 감독이지만 막상 행사 당일이 되자 긴장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경기 전 시구 행사에서 동료이자 친구였던 김원형 SK 투수코치의 공을 받아 2루로 송구하는 세리머니를 했던 박 감독은 “현역 때 협찬을 받던 용품회사에서 새 포수장비를 받았다. 보통 받으면 몸에 맞게 정비를 하는데 선수 때의 착용감을 느껴보고 싶어서 ‘마지막으로 해보자’라는 생각에 정비를 했다”라면서 “기분이 굉장히 좋더라”라고 웃었다.
하지만 웃음은 은퇴식이 시작되자 곧 눈물로 바뀌었다. 경기 후 공식 은퇴식 행사에 들어선 박 감독은 최창원 SK 구단주로부터 축하와 꽃다발을 받은 뒤 기념 영상과 함께 은퇴식을 시작, ‘레전드의 발자취’ 세리머니, 황금열쇠와 기념액자 수여 및 꽃다발 전달, 은퇴사 낭독 등의 순서로 은퇴식을 진행했다. 박 감독은 등번호 26번은 문학구장 좌측 그린존 부근에 새겨져 영원히 남았다.
하이라이트는 김광현과 함께한 ‘Last Catcher 세리머니’였다. 2010년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당시 우승을 결정짓는 삼진을 잡은 뒤 김광현과 박경완이 껴안는 장면, 그리고 김광현이 모자를 벗어 정중하게 인사를 하는 장면이 재연됐다. 이어 SK 선수단은 박경완을 헹가래치며 마지막 예우를 갖췄고 박 감독도 후배들에게 덕담을 하며 감사를 표시했다. 박 감독은 홈플레이트의 포수 장비에 입맞춤하며 동고동락했던 마스크와도 이별을 고했다.
박 감독은 은퇴사에서 “팬 여러분들의 사랑을 절대 잊지 않겠다. 팬 여러분들이 없었다면 이 자리에서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SK 와이번스 구단에도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라면서 “이제 지도자로서의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고 한다. 성실하게 한 발 한 발 전진하는 박경완이 되겠다. 새로운 도전에 많은 격려를 부탁드린다”라며 팬들을 향해 큰 절로 마지막 인사를 남겼다.
제시카의 'Goodbye'가 문학구장에 흘려퍼지는 가운데, 박 감독은 경기장을 카퍼레이드로 한 바퀴 돌며 팬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 선수단과도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박 감독의 앞길을 축복하는 화려한 불꽃놀이와 함께, SK의 26번은 이제 프로야구 역사에 길이 남을 전설이 됐다.
skullboy@osen.co.kr
인천=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정송이 기자 ouxou@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