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새 주말드라마 ‘호텔킹’이 막장 소재 없이도 흥미로운 이야기로 순조로운 출발을 마쳤다. 스릴러와 로맨틱 코미디를 결합한 복합 장르로 긴장감을 유발하면서도 유쾌한 즐거움을 선사했다. 비밀 가득한 이야기와 배우들의 연기 변신이 돋보인 이 드라마가 막장 소재에 익숙한 주말 드라마 흐름을 바꿀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지난 5일 첫 방송된 ‘호텔킹’은 국내 유일의 7성급 호텔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상속녀와 그를 위해 아버지와 철저한 적이 된 총지배인의 사랑 이야기를 다루는 드라마다.
첫 방송은 씨엘 호텔 회장 아성훈(최상훈 분)에 대한 복수심을 가지고 냉혈한으로 자란 차재완(이동욱 분)과 재완을 후원하지만 의뭉스러운 속내를 숨기고 있는 호텔 부회장 이중구(이덕화 분)의 관계에 초점이 맞춰졌다.

성훈이 일단 자살로 생을 마감했지만 성훈과 씨엘 호텔을 둘러싼 비밀은 겹겹이 산재했다. 성훈이 죽기 전 알 수 없는 사람이 뒤에 있었다는 점, 재완이 아들이라는 말에 극구 부인하던 성훈의 행동, 재완을 후원하고 성훈을 뛰어넘으려는 욕심을 가지고 있는 중구의 석연치 않은 눈빛 등이 앞으로 이 드라마가 펼쳐놓을 반전을 암시했다.
도무지 속을 알 수는 없었지만 악의 기운을 숨길 수 없는 중구가 만들 긴장감은 드라마의 재미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지팡이를 짚고 다니는 중구가 노래 박자에 맞춰 발을 움직이는 모습은 그의 야누스적인 모습을 단번에 알 수 있게 했다. 때문에 성훈과 재완이 부자 관계라는 중구의 말은 신뢰감이 떨어졌다.
이 가운데 아버지 성훈에 대한 진심이 아닌 적대감을 드러내고 철없는 행동을 일삼는 아모네(이다해 분) 역시 중구에게 보인 친절한 행동 속 돌변한 눈빛도 복선으로 깔렸다. 모네도 중구를 의심하고 비밀을 품고 있다는 것을 예감하게 한 것. 이미 모네는 아버지가 죽기 전 남긴 전화 통화를 통해 ‘아무도 믿지 말라’는 유언을 받아들이고 충격에 휩싸였다.
모네가 씨엘 호텔을 지키기 위한 고군분투를 시작한 가운데, 모네와 대립각을 세워야 하는 재완과의 관계가 흥미를 자극한다. 일단 두 사람은 이복남매이지만, 재완이 중구에게 속고 있다는 복선이 깔려 있어 진실은 향후 이야기를 더 지켜봐야 할 듯 하다.

이처럼 ‘호텔킹’은 첫 방송부터 의문 가득한 이야기로 시청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이 드라마가 주요 이야기들이 베일에 가려져 있는 가운데 풀어놓은 밑밥들은 궁금증을 자아냈다. 비밀이 가득한 스릴러를 품고 있었지만 사실 ‘호텔킹’의 가장 큰 뼈대는 로맨틱 코미디. 상속녀인 모네가 만드는 통통 튀는 기운과 향후 재완과의 로맨스는 첫 방송부터 기대를 품게 했다.
호텔을 이끌어가는 직원들의 각양각색의 캐릭터도 흥미로웠다. 트레이닝 매니저이 백미녀(김해숙 분)의 무표정 속 코믹 입은 카리스마는 초반 살인과 자살로 어두운 분위기를 내뿜던 이 드라마를 한순간에 발랄하게 만들었다. ‘호텔킹’은 주말 드라마의 흥행 공식인 막장 소재를 택하지 않았다. 다소 자극적인 이야기를 내세우면서도 정도를 벗어나지 않은 이야기 구성과 뻔하지 않은 전개로 안방극장을 사로잡았다.
배우들의 열연도 기대 이상이었다. 복수의 화신으로 거듭난 재완 역의 이동욱의 연기 변신은 드라마의 쾌조를 이끌었다. 이동욱은 냉철한 카리스마를 뿜다가도 아버지와 어린 시절 악몽에 대한 상처로 인해 울분을 토하는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끌었다.
톡톡 튀는 아모네 역을 연기하는 이다해의 사랑스러운 매력도 힘을 더했다. 아버지 죽음의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 일부러 과장된 행동을 하는 모네의 발랄한 표정은 보는 재미가 컸다. 여기에 이덕화, 김해숙, 정석용, 박철민 등 중견배우들의 무게감 있는 연기도 재미를 높였다.
한편 ‘호텔킹’은 ‘하얀 거짓말’, ‘황금물고기’, ‘신들의 만찬’ 등을 집필한 조은정 작가가 극본을 맡고, ‘살맛납니다’, ‘오늘만 같아라’ 등을 연출한 김대진 PD가 호흡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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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방송화면 캡처, MBC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