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수비불가’다. 천하의 ‘만수’ 유재학 감독도 데이본 제퍼슨 (28, LG) 봉쇄에 전혀 손을 쓰지 못하고 있다.
창원 LG는 5일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벌어진 2013-2014시즌 KB국민카드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이하 챔프전) 3차전에서 종료 12초전 터진 데이본 제퍼슨의 결승 득점에 힘입어 모비스를 76-73으로 눌렀다. 시리즈 전적 2승 1패로 앞선 LG는 6일 4차전을 치러 유리한 입장이다.
제퍼슨은 한마디로 ‘클래스가 다른’ 플레이를 펼치고 있다. 챔프전 3경기에서 제퍼슨은 평균 25.3점, 7.3리바운드, 2어시스트, 2스틸, 1블록슛을 올리며 단연 돋보인다. 특히 내외곽을 가리지 않고 터지는 전천후 득점능력이 백미다. 제퍼슨은 야투율 58.5%의 가공할 위력으로 LG득점의 34.2%를 혼자 책임지고 있다.

LG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제퍼슨에 대한 공격의존도가 높다. 그럼에도 불구 제퍼슨은 누구를 붙여도 미스매치다. 점프슛도 정확하고, 선수 한 두 명은 쉽게 제치는 드리블도 위력적이다. 파워가 좋아 골밑에서 공을 잡으면 그대로 득점이다. 훅슛 등 골밑 마무리 능력도 최상급이다. 이러니 김진 감독이 제퍼슨에게 공격을 시키지 않을 이유가 없다.
LG가 우승을 한다면 일등공신은 단연 제퍼슨이다. KBL에서는 웬만큼 활약이 두드러지지 않으면 외국선수보다 국내선수에게 상을 주는 경향이 있다. 조니 맥도웰, 재키 존스, 아티머스 맥클래리, 찰스 민렌드, 올루미데 오예데지 등 전설의 선수들도 챔프전 MVP를 타지 못했다. 하지만 제퍼슨이 지금처럼 압도적으로 활약한다면 그의 챔프전 MVP 수상에 누구도 이견을 달 수 없을 것이다.
KBL 역사상 챔프전 외국선수 MVP는 역대 두 명이 나왔다. 2002년의 마르커스 힉스(동양)와 2003년 데이비드 잭슨(TG)이다. 힉스는 5차전 40점을 올리는 등 챔프전 7경기서 31.3점, 11리바운드의 가공할 위력을 선보였다. 특히 김승현과 펼친 투맨게임은 이상민-맥도웰 콤비와 함께 최고로 남아있다. 잭슨은 가장 결정적인 순간 펄펄 날았다. 그가 챔프 6차전 4쿼터에서 13점을 몰아친 ‘3점슛 쇼’는 KBL 역사에 길이 남아있다.
제퍼슨이 3차전 종료 45초를 남기고 터트린 결승 점프슛도 못지않았다. 공격제한시간에 쫓겼고, 로드 벤슨이 집요하게 수비했지만, 제퍼슨의 슛은 깨끗하게 림에 꽂혔다. 다소 무모하다 싶을 정도로 자신감에 넘치는 슛이었다. 이 슛 한 방으로 시리즈의 무게중심은 LG쪽으로 크게 기울게 됐다.
경기 후 제퍼슨은 “마지막 슛은 내가 마무리를 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이 있었다. 모비스가 매번 나를 막으려고 노력을 많이 하는 게 보인다. 하지만 난 신경을 쓰지 않는다”면서 대단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올해 챔프전은 제퍼슨하기 나름이다. 유재학 감독은 “제퍼슨이 브라이언 던스톤보다도 낫다”고 기량을 인정하면서도 4차전 그를 막기 위한 총력전을 펼칠 것이 분명하다. 제퍼슨이 더욱 거칠게 나올 모비스의 수비를 이번에도 유린할 수 있을까. 4차전에서도 득점이 터진다면 제퍼슨의 MVP 수상은 현실로 다가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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