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무리투수들이 연일 애간장 투구로 속을 태우고 있다. 프로야구 불펜 대란이 현실화가 될 듯한 조짐이다.
올해 프로야구의 가장 큰 특징은 타고투저 현상이다. 외국 타자들의 가세로 각 팀들의 공격력이 눈에 띄게 향상됐고, 투수들이 고전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특히 구원투수들에게서 그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데 불펜의 에이스라 할 수 있는 마무리투수들도 예외없다.
KIA 외국인 마무리 하이로 어센시오는 5일 잠실 두산전에서 9-3으로 넉넉히 리드한 9회 마운드에 올랐으나 4안타 1볼넷으로 3실점했다. 수비 실책이 겹치며 자책점은 1점에 그쳤으나 세이브를 거둔 앞선 2경기부터 매경기 안타를 허용하며 깔끔한 마무리가 되지 못하고 있다. 피안타율 3할7푼5리, WHIP 2.33으로 매우 불안하다.

지난해 구원왕과 골든글러브를 차지한 넥센 마무리 손승락 역시 시즌 첫 등판이었던 지난달 30일 문학 SK전부터 블론세이브를 범하는 등 3경기에서 2세이브를 올렸으나 모두 안타를 내주며 피안타율 4할, WHIP 2.14로 안정감이 떨어지는 모습이다.
벌써 마무리를 교체한 팀도 있다. 한화는 기존의 마무리 송창식이 시즌 첫 2경기에서 2이닝 동안 피홈런 2개 포함 4안타 1볼넷 2실점으로 무너지자 곧장 김혁민으로 마무리 바꾸는 결단을 내렸다. 송창식도 평균자책점 9.00, 피안타율 4할, WHIP 2.33으로 위력이 반감됐다.
4~5일 울산 삼성전에서 연이틀 세이브를 올린 롯데 김성배도 1⅔이닝 동안 안타 4개를 맞아 피안타율 4할4푼4리로 흔들리는 모습. 3경기에서 3세이브를 거두며 2⅔이닝 1피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하고 있는 SK 박희수를 제외하면 리그 전반적으로 마무리투수들이 불안한 투구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단순히 마무리투수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대다수 팀들이 마무리 뿐만 아니라 중간 투수들의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리그 전체 선발진 평균자책점이 4.74인 반면 구원진 평균자책점은 5.11로 더 높다. 지난해 리그 구원진 평균자책점이 4.30이었다는 점을 상기하면 올해 전체적인 구원투수들의 부진이 더욱 두드러진다.
시즌 개막 27경기에서 블론세이브가 5개 나왔으며 6회 구원투수들이 리드를 지키지 못한 블론홀드도 4개나 있다. 즉 9차례나 6회 이후 승부가 뒤바뀌었다는 사실이다. 27경기 중 9경기라면 무려 33.3%의 비중을 차지한다. 마무리투수들의 애간장 투구에서 올 시즌 프로야구 불펜 대란이 예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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