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새 주말드라마 ‘왔다!장보리’가 그 서막을 올렸다. 첫 방송된 ‘왔다!장보리’는 야심에 불타는 한 여인과 그를 둘러싼 가족들의 이야기로 시작됐다. 질투와 배신, 음모까지 흔히 막장극이라 말하는 작품들에서 나타날 만한 드라마틱한 설정과 전개들이 등장했다. 그럼에도 주인공들의 긍정적인 성격, 무겁지 않은 연출은 전반적으로 밝고 따뜻한 가족드라마의 톤을 유지하려는 노력들이 보였다.
5일 오후 첫 방송된 MBC 주말드라마 '왔다!장보리'(극본 김순옥 연출 백호민)에서는 자신의 손위동서 옥수(양미경 분)를 밀어내고 한복 명가 비술채의 후계자가 되고자 고군분투하는 인화(김혜옥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인화는 훗날 여주인공 장보리(오연서 분, 아역 유은미)로 자라게 될 은비의 엄마. 야심만만한 그는 가족들 보다는 오로지 자신이 침선장이 되는 것에만 관심이 있는 이기적인 모습으로 비극을 예감케 했다.

첫 장면은 비극의 시작을 그렸다. 양을 쫓는 늑대의 일화가 어린 은비의 목소리를 통해 흘러나오는 가운데 은비를 차에 태운 인화가 비 오는 늦은 밤 긴장된 모습으로 누군가를 쫓고 있었다. 그가 무서운 눈으로 뒤를 쫓아가는 대상은 다름 아닌 옥수. 인화는 계속해서 옥수가 탄 차를 추격했고 운전을 하던 옥수는 인화의 집요한 추격 탓에 그만 실수로 빗길에서 미끄러져 큰 사고를 당했다.
그 사이 인화의 차에 있던 은비는 옥수의 차 안에서 죽어버린 큰아버지와 눈이 마주치고 놀라 차에서 내렸고, 그와 동시에 밖을 살펴보러 나갔던 인화는 딸이 차에서 내린 줄도 모른 채 허겁지겁 다시 차에 올라 그대로 자리를 떠났다.
빗길의 교통사고 외에도 드라마틱한 사건은 여러 번 등장했다. 옥수와 인화의 시어머니 박수미(김용림 분)는 우연히 자신의 제자들만 사용하는 가위의 부러진 조각을 발견하고 인화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앞서 인화는 연탄가스에 중독이 된 박수미의 아들 수봉(안내상 분)을 가장 먼저 발견, 그의 목숨을 구해준 것을 계기로 박수미의 며느리가 된 바. 아들의 생명의 은인이 아니었다면 며느리로 받아들이지 않을 만큼 인화의 본성을 파악하고 있는 박수미는 부러진 가위 조각을 본 후 인화가 처음부터 수봉과의 결혼을 노리고 일부러 구들장에 흠을 내 사고를 꾸며낸 것이 아닌지 의심했다.
또 다른 편에서는 남자 주인공 이재화(김지훈 분, 아역 정윤선) 가족의 이야기가 그려졌다. 이재화의 아버지 이동후(한진희 분) 회장은 엄마가 죽은 후 눈물로 시간을 보내는 아들을 “남자 답지 못하다”며 못마땅해 하는 냉정한 인물. 그는 아내가 죽음을 맞이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의 내연녀 화연(금보라 분)과 그와의 사이에서 낳아 기른 아들 이재희(오창석 분, 아역 이재희)를 데리고 들어와 아들에게 다시 한 번 충격을 줬다. 이동후의 지나치게 냉정한 성격은 아내가 죽은 후 곧바로 내연녀를 집으로 들이는 안하무인 성격은 막장극 속 흔한 인물 설정 중 하나였다.
이처럼 ‘왔다!장보리’는 평범하지 않은, 다소 드라마틱한 전개들이 펼쳐져 막장 드라마란 혐의를 당분간 벗어날 수 없게 됐다. 그러나 성인 연기자들로 이어질 아역 배우들의 순수하고 밝은 캐릭터는 청량감을 주며 가족극에도 한 발을 걸친 이 드라마의 정체성을 인정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자신의 일만 하는 엄마에게 대해 서운하면서도 한복 만드는 엄마를 자랑스럽게 여기는 은비, 섬세한 성격의 재화, 자신을 부잣집 딸로 속일만큼 가난한 처지에 대해 열등감을 갖고 있는 당돌한 민정(이유리 분, 아역 신수연), 첩이라고 욕을 먹는 엄마를 지켜주겠다고 말하는 재희까지 네 명의 아역배우들은 순수한 주인공들의 어린 시절을 완성도 높게 그려냈다.
한편 '왔다! 장보리'는 신분이 바뀐 두 여자와 그들 어머니의 이야기를 그리는 작품. '메이퀸', '욕망의 불꽃', '보석비빔밥' 등을 연출했던 백호민 PD와 '가족의 탄생', '다섯손가락' 등을 집필한 김순옥 작가가 호흡을 맞춘다.
eujenej@osen.co.kr
'왔다!장보리'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