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완의 23년, 최고 직구의 주인공은?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04.06 08: 30

한국프로야구 역사상 최고의 포수로 손꼽히는 박경완(42) 현 SK 퓨처스팀 감독이 23년간 정들었던 그라운드를 떠났다. 23년간 받아온 수많은 공이 박 감독의 뇌리 속에 생생한 가운데 그 중에서도 가장 강한 인상의 공을 던진 선수는 과연 누구였을까.
박경완 감독은 5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SK와 한화와의 경기 이후 공식 은퇴식을 가졌다. SK 역사상 최초 영구결번의 주인공이 된 박 감독은 이날 1루 스탠드를 가득 메운 팬들의 환호를 받으며 프로야구의 전설로 등극했다.
은퇴식 전 취재진과 만난 박 감독은 지난 23년간의 세월에 대해 소회를 풀어놨다. 자연히 박 감독과 호흡을 맞췄던 여러 투수들에 대한 질문이 나왔고 박 감독에 이에 대해 기억이 생생한 듯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관심을 모았던 것은 ‘최고 포수’ 박경완이 뽑는 최고의 공이었다. 박 감독은 구종별로 최고를 뽑으며 또 다른 전설들의 공을 회상했다.

직구는 정민철 현 한화 투수코치를 주저하지 않고 최고로 손꼽았다. 정 코치의 직구는 수많은 타자들이 최고로 손꼽는 구종이다. 150㎞에 이르는 직구가 좌우를 날카롭게 찌르며 수많은 타자들을 얼어붙게 했다. 박 감독도 “직구 하나만 놓고 보면 정민철 코치의 공이 잊히지 않는다. 정말 포수 미트 앞에서 조금씩 떠오르는 것 같았다. 어찌 보면 그런 직구가 있었기에 오래 야구를 했다고 생각한다”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선동렬 현 KIA 감독의 공은 “손바닥이 아플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1995년 슈퍼게임 당시 선 감독의 공을 받아본 박 감독은 “아팠다. 같은 140㎞를 던져도 공의 힘이 다른데 선 감독님의 공은 돌덩이가 날아오는 것 같았다”라고 웃었다. 비슷한 유형의 선수로는 쌍방울 시절 호흡을 맞췄던 오봉옥을 뽑았다.
슬라이더는 선 감독을 비롯, 현대 시절 호흡을 맞췄던 조용준 김수경을 손꼽았다. 박 감독은 특히 김수경의 슬라이더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박 감독은 “사실 김수경의 슬라이더는 베이스 앞에서 떨어진다. 처음에는 상대 타자들이 왜 그런 공에 스윙을 하는지 이해가 안 갔다”라면서 “그런데 자체 청백전에 들어가 김수경의 슬라이더를 보니 왜 그런지 알겠더라”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가장 받기 어려운 공을 던지는 투수는 고효준(SK)이었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SK 시절 호흡을 맞춘 좌완 고효준의 공이 가장 받기 어려웠다”라고 웃었다. 고효준은 강력한 구위에도 불구하고 때로는 제구가 잘 되지 않는 경향이 있어 애를 먹었다는 것이다. 박 감독은 “어찌보면 김광현보다 더 좋은 공을 가지고 있는 투수인데 야구하다 백네트에 연속 3개를 던지는 것은 처음봤다”라고 껄껄 웃었다.
그렇다면 박 감독이 뽑은 포수 라이벌은 누구였을까. 박 감독은 잠시 생각을 하다 “그래도 진갑용(삼성) 아니겠는가”라고 인정했다. 하지만 박 감독은 “말을 너무 많이 시킨다. 나는 말이 없는 편인데 타석에 들어가면 ‘형님, 밥 먹었어요?’부터 시작해 말이 많아 집중하기가 어려웠다”고 혀를 내둘렀다. 이처럼 옛 추억을 회상하는 박 감독의 얼굴에는 미소가 끊이지 않았다. 더 좋은 리드를 위해, 혹은 공략을 위해 머릿속에 담아뒀던 모든 기억들은 이제 모두 추억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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